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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나 Jun 15. 2024

꿈결,


야트막한 경사가 진 언덕,

그새 풀이 성큼 자라 있다

비인지 안개인지 알 수 없는 것이 가득한 그곳에 앉아

널 기다렸다


바람이 지나가자

풀들이 '스스스' 울며 파동을 만든다

안개인지 비인지, 그것에 얼굴이 다 축축해지도록

우린 네가 오길 기다린다. '스스스'와 함께


너의 우산이 보이자 '우리'가 널 환대한다

짐짓 나는 그쪽을 보지 않으려고 했지만

성큼성큼은 콩닥콩닥이 되었다


난잡한 축제는 시작되었고,

알 수 없는 얼굴들은 킬킬댔다.

'킬킬'들을 헤집고 '성큼성큼'에게 가려했다


연무를 뚫고, 그들 사이로 기다시피 하여

간신히 다가간 나를 보고

성큼성큼은 킬킬 웃는다


연무인지 비인지 알 수 없는 것들로

내 얼굴은 범벅이다. 눈물은 선택사항이었다


그때였다.

언덕의 맨 꼭대기를 장식할

마지막 오너먼트가 도착한 순간은.


그 순간부터 시작된


순결한 모든 것들의

타락 그리고 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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