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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나 Aug 17. 2024

너와 당신의 이야기 1



너는 훅 하고 올라오는 땀냄새를 들이마셨다.

차 안에서 웅크린 너는 너의 몸에서 나는 냄새가 썩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시큼하고 비릿한 냄새에 위안을 받았다. 무릎과 무릎을 포개어 코를 박았다.


강변을 막 뛰었다 걸었다 하며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가 쓴 카피라이터가 하필 너의 눈에 띄었다.


너는 오늘 그것을 외면했다.

그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너에게 인사를 건넸는지 알면서도 모른척했다.

그 시간에 그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널 향해 펜을 들었는지 너는 알지 못했다.



광고판의 반듯반듯한 글씨와 온점이 너의 뇌리에 와서 박혔다.

전하지 못하는 그의 진심이 파도처럼 쓸려왔다 너에게.


그와 함께 했던 순간들을 기억해 본다.

너의 입에 묻은 초콜릿을 쓱 닦아주려 했던 그. 아니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가 널 좋아하고 있었다는 걸. 가는 곳마다 그의 시선은 너를 쫓았다. 그게 늦은 밤 사옥의 게이트이든, 지하철에서의 사소한 배려든. 번개가 내리꽂던 날, 네 어깨에 우연찮게 올린 척 한 그의 손처럼.


그와 처음 이야기를 나눈 카페, 그리고 미지근했던 그 사람의 이야기를 너는 기억해 본다. 무작정 널 데리러 왔던 기차역에서의 그 사람. 세상을 다 잃어도 좋다고 했던 그 사람. 너와 함께하는 모든 것이 처음이라고 행복해하던 그 사람. 작은 반지를 낀 너를 보고 발을 동동 구르며 너를 꽉 안아 올렸던 그. 너의 작은 손에 맞는 장갑을 사기 위해 고심해서 몇 시간 그것을 골랐을 그를. 그는 진심이었다. 그 순간만큼은 진심이었다. 넌 알면서도 모든 것은 변질되었다 정의했다.


문득 너는 파도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껐던 시동을 다시 켠다.

겨우 15분 거리의 해변에 혼자 돌아오는 것이 두려워 망설였던 너였다. 그렇게 막상 도착한 바다 곁에서 너는 한참을 멍하니 있는다.

가만 보니 너의 파도는 부서지고 또 부서진다. 부서지는 게 좋아 파도가 되고 싶다고 말했던 적이 있던가.

끊임없이 부서지는 파도는, 부서지고 나서야 바다의 일부가 됨을 깨닫는다.

아니, 이미 바다는 파도로 이루어져 있는지도 모르겠다.


너는 축축한 바다의 냄새를 맡으며, 망설이다 망설이다 휴대폰의 전원을 켠다.

통화버튼을 눌렀다. 연결음이 울렸다.


마치

영원할 것 같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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