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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나 Aug 29. 2024

감기


목이 쉬었다

몸이 뜨거워 운동을 쉬었다


트레이닝복장의 나는

어젯밤 꿈속에서 악마와 거래를 했다

쉰 목소리로 악수를 건넸다.

아랑곳하지 않는 악마는

내 내장의 절반을 잘라갔다

헐거워진 내장에 기분이 좋아진 나는

악마와 거래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에 쉰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목구멍에서 팔딱이는 심장은 내 목소리를 대신한다

거짓말을 할 수 없게 된 나는 쉰 목소리로 노래한다


헐거워진 복부를 끌어안고

목구멍에 와 있는 심장의 소리를 쉰소리를 내며

전신의 열감을 즐긴다.

쉬어버린 두부를 움켜쥐고 먹으며

악마와의 거래를 자축한다


멈춰버린 목소리, 멈춰버린 시계, 멈춰버린 사랑, 멈춰버린 연필, 멈춰버린 보조석

덧없는 무채색들이

쉰 기침과 함께 나를 복기시킨다


그래.

컹컹 거리는 악마는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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