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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나 Jul 27. 2024

속죄


열리는 수문을 등으로 막아 본 적이 있다

울컥거리는 터질듯한 댐을

조그만 등으로 막아보겠다고

닳아빠진 신으로 뒷걸음질 치고, 밀고 또 밀고


모든 이들의 미움을

한 몸에 받기란 쉬운 일은 아니었고

한 뼘 남은 대지 위에 한 발로 서서

한 손에는 남은 흙을 쥐고 한 손으로는 눈을 가렸다


자발적으로 샌드백이 되어

맞으며 얻어터지며 미움을 밥으로 먹고

등으로는 수문을 막았다


그러면 마음이 조금 가벼워질 줄 알았다

구타를 당한 만큼

등이 물자국에 멍든 만큼

당신들이 날 사랑할 줄 알았다


댐을 지날때마다 확인해야 했다

수문의 개폐를.

그때의 너도 그때의 나도

함께 흘러가 버렸나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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