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리는 수문을 등으로 막아 본 적이 있다
울컥거리는 터질듯한 댐을
조그만 등으로 막아보겠다고
닳아빠진 신으로 뒷걸음질 치고, 밀고 또 밀고
모든 이들의 미움을
한 몸에 받기란 쉬운 일은 아니었고
한 뼘 남은 대지 위에 한 발로 서서
한 손에는 남은 흙을 쥐고 한 손으로는 눈을 가렸다
자발적으로 샌드백이 되어
맞으며 얻어터지며 미움을 밥으로 먹고
등으로는 수문을 막았다
그러면 마음이 조금 가벼워질 줄 알았다
구타를 당한 만큼
등이 물자국에 멍든 만큼
당신들이 날 사랑할 줄 알았다
댐을 지날때마다 확인해야 했다
수문의 개폐를.
그때의 너도 그때의 나도
함께 흘러가 버렸나 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