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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나 Dec 18. 2023

가장 아름다운 괴물이 저 자신을 괴롭힌다.

읻다 출판사의 시선집이다. 

130페이지의 얇은 두께이지만, 한글자 한글자 한땀한땀 읽다보면 사나흘이 걸릴정도로

깊이를 알수 없는 시들이 엮여 있다.


시는, 창조된 언어로 쓰여있는지라, 감동 또한 개개인의 몫이기 때문에, 여기에는 내가 남기고 싶은 몇편의 시를 남겨보고자 한다.



# XXXII          -앨프리드 에드워드 하우스먼-


멀리로부터, 밤과 아침으로

열두가지 바람이 부는 하늘로부터, 

나를 만들어낸 삶의 파편이

이곳으로 불어왔다. 여기 내가 있어.


지금- 한 숨결을 기다리며 나 머뭇대고 있다

아직 산산이 흩어지지 않은 채-

얼른 내손을 잡아 그리고 말해 내게,

너의 마음이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지금 얘기해. 그러면 내가 대답할꺼야

내가 어떻게 너를 도울수 있을까, 말해

열두곳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향하여 

내가 나의 끝없는 길을 나서기 전에.



# 아침저녁으로 읽을것    -베르톨트 브레히트


사랑하는 사람이 내게 말했다

내가 필요하다고.


그래서 

나는 스스로를 돌보고

걸을 떄 발밑을 조심하고

한낱 떨어지는 빗방우레도

맞아 죽지 않을까 염려한다.




# 정다운 숲    -폴 발레리


우리는 순수한 것들을 생각했다.

나란히, 길들을 따라가며,

우리는 손과 손을 마주 잡았다

말없이 희미한 꽃들 사이에서


혼인을 약속한 사이처럼 걸었다

둘이서, 초원의 푸르른 밤속을

우리는 꿈의 열매를 나누고 있었다

분별 잃은 자들에게 정다운 달을


이어, 우리는 이끼위에 스러졌다

아주 멀리, 다정한 그늘속에서

단둘이, 친밀하게 속삭이는 숲에서


그리고 저 높이, 가없는 빛 속에서,

우리는 울고 있는 우리를 떄달았다

오, 내 소중한 침묵의 친구여!



# 나는 일요일의 휴식을 살핀다       - 기욤 아폴리네르


나는 일요일의 휴식을 살핀다

게으름을 찬양한다

감각들이 내게 떠넘기는 

저 끝없이 미미한 지식을 

어떻게 어떻게 줄여야 하는가

감각은 산이다 하늘이다

도시다 내 사랑이다

감각은 사계를 닮는다

그것은 목이 잘린채 산다 그머리가 태양이고

달은 그것의 잘린 목이다

나는 끝없이 뜨거운 시련을 겪고싶다

청각의 괴물인 네가 포효한다 울부짖닌드

천둥이 네 머리칼을 대신하며

네 발톱이 새들의 노래를 반복한다

괴물같은 촉각이 파고들어 나를 중독시킨다

눈은 내게서 멀리 떨어져 헤엄친다

범첩할 수 없는 별들은 시련을 겪지않은 지배자들이다

연기로 된 짐승은 머리가 꽃피었다

월게수의 풍미를 지니고서

가장아름다운 괴물이 저 자신을 괴롭힌다.




# 영양, 뜻밖의 사랑        -페데리코 가르시아


그 누구도 네 배속의 어두운 

목련의 향기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 누구도 네 이빨 사이 한마리

사랑의 벌새의 수난을 알진 못했다.


페르시아 수천의 말들은 광장에서

네 이마의 달과 함께 잠들었다.

내가 나을 밤 눈도 시샘할 네

하얀 허리를 부둥켜안은 동안에.


너의 눈길은 석고와 재스민사이

싸앗이 담긴 한줄기 창백하나 가시지였다.

나는 내 흉부를 뒤졌다, 상아로 된

영원을 뜻하는 글자를 네게 주고자


영원, 영원: 내 마지막 고통의 정원,

영원히 도망하는 너의 몸뚱어리

나의 입속 네 혈관의 피, 이제 빛을 일은

너의 입, 내 죽음을 위한.




# 섬들      -블레즈 상드라드

섬들

섬들

결코 땅을 밟지 못할 섬들

결코 내딛지 못할 섬들

수목으로 뒤덮인 섬들

표범처럼 웅크린 섬들

말없는 섬들

움직이지 않는 섬들

잊지 못할 이름없는 섬들

나는 해변으로 구두를 집어던져본다

그대들에게 가 닿고 싶은 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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