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사람의 특징(절망편)

내가 사는 게 힘들었던 이유

by 소요

‘마음이 단단해졌으면 좋겠어. 아무에게도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어.‘

중고등학교 시절 내내 내가 마음속으로 되뇐 말이다. 너무 작은 자극에도 쉽게 과잉 반응하고 사람들의 작은 표정 하나에도 상처받았던 어린 시절의 나는 살아가는 게 너무 고되다고 느꼈다. 내가 고된 하루하루를 버틸 수 있었던 건, 내가 아직 성장 중이라고, 어른이 되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 자라고 난 후에도 여전히 사는 게 힘들고 이런 자신이 싫었다. ‘남들 다 힘들지 뭐.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다 각자 힘든 점이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며 나의 힘듦을 외면해 오며 살아왔지만, 스트레스 상황이 계속되던 어느 날 터질 게 터지고 말았다. 어느 순간 별로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아무나 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서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느꼈다. 나는 나를 구원할 방법을 모색해야 했다.


‘병원을 가야 하나? 내가 그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은데? 심리상담을 받을까? 비싸지는 않을까?’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과 동시에 어떻게든 살아보겠다는 생의 의지가 합쳐져 불안한 나날들이 계속되었다. 그러다 살아야겠다는 생의 의지가 이긴 날, 나는 심리 상담을 받기로 결정했다.


당시 경제 활동을 하지 않았던 나는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아서 국가에서 지원해 주는 심리지원센터에서 무료로 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 나는 그저 무료 상담 8회만 받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줄 알았다. 그리고 나같이 일상생활 잘하고 건강한 사람이 이런 곳에 와도 되나 하는 생각에 겸연쩍기도 했다. 하지만 내 생각과 다르게 8회기 상담이 끝나고 선생님은 이렇게 말하셨다.


‘ㅇㅇ씨는 상담이 필요한 분이에요. 꼭 사설 기관에서 상담을 이어나가셨으면 좋겠어요’


선생님은 내가 남들보다 많이 예민한 사람이고 생각이 많은 편이라고 하셨다. 그때 처음으로 나의 예민함을 직면할 수 있었고 그때부터 예민함에 대한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때 가장 도움이 된 책은 ‘센서티브(일자샌드)’라는 책이었다. 이 책의 내용과 내가 느낀 것을 바탕으로 예민한 사람의 힘든 점을 공유해볼까 한다.


1. 너무 많은 정보를 받아들인다.

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오면 ‘뇌가 체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많은 사람이 아니더라도 사람에 따라 한 시간만에 그런 상태가 되기도 한다. 예민한 사람은 남들보다 숨어 있는 뉘앙스를 더 많이 인식하고 받아들인 인풋을 더 깊은 곳에 입력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와 대화할 때 나는 그 사람의 목소리, 눈빛, 대화의 내용, 그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는 옆사람의 태도 등 무의식 중에 다양한 정보를 수집한다. 정말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라 내가 그렇게 하지 싶지 않아도 정보가 수집된다. 그래서 말이 빠르고 많은 사람과의 대화는 너무나도 힘들게 느껴진다.


2. 임계점이 매우 낮다.

예민한 사람은 모든 일을 가볍게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주변 상황에 좋지 않을 때 더 큰 고통을 받는다. 내가 남들과 다르다고 느끼기 시작한 것은 같은 시련을 겪고도 내가 훨씬 힘들어하고 회복 속도도 더디다는 것을 알아챈 이후였다. 남들 다 하는 이별에 나는 무너져 내렸고 일상을 돌아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작은 실패에도 좌절했고 패배감에서 좀처럼 빠져나오기 힘들었다.


3. 필요 이상으로 양심적이다.

여기서 포인트는 ‘필요 이상‘이라는 것이다. 양심적인 것은 분명 좋은 건데, 그 정도가 지나칠 때 나를 갉아먹는다. 나는 모든 일의 책임을 나에게 돌린다. 직장 업무에 지장이 생기면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도 ’ 내가 조금 더 봤어야 하는데 ‘하며 자책하고 집에 일이 생기면 ’내가 해결할 수 있을거야‘라고 생각하며 보이지 않는 해결책을 강구하느라 애를 먹는다. 가끔은 누구를 위한 양심인지, 나한테는 물론이거니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 든다. 정말 쓸데없는 양심이다.


4. 타인의 감정에 영향을 받는다.

민감한 사람들은 뛰어난 감정 이입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느낀 감정 이입은 그 수준을 넘어서 그 사람과 동일시되는 수준까지 나아간다. 한동안 나의 상담의 큰 주제는 동일시의 위험함이었다. 남들의 고통과 자신의 고통을 분리하지 못해서 에너지가 쉽게 고갈되고 감정적으로 탈진하기가 쉽다. 특히 나같이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하는 직업인 경우 지나치게 긴장하여 집에 오면 기진맥진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엄마와의 관계에서도, 남자친구와의 관계에서도 애를 많이 먹었다.


‘예민한 사람의 특징-절망편’답게 예민한 사람의 단점들만 늘어 놓았다. 예민한 사람의 단점은 다시 말하면 한동안 혐오했던 나의 성격들이기도 하다. 지금은 나의 이러한 특성을 이해하고 자신을 돌봐주려 하지만 여전히 이런 점들 때문에 사는 게 힘들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의 예민함이 사랑스럽다. 단점을 실컷 늘어놓고 웬 개똥같은 소리냐고 할 수 있지만 예민함의 분명한 장점도 존재한다. 다음 글에서는 예민함의 장점에 대해 써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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