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워질수록 도망가고 싶은,

내가 사랑이 어려운 이유

by 소요


‘예민한 사람도 행복할 수 있을까?’를 연재하기로 계획하면서 가장 쓰고 싶었던 주제는 ’ 사랑‘이었다. 나는 내가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존재가 되기를 바랐다. 그 말은 나는 누구에게도 내가 원하는 만큼의, 아니 좀 더 넘치는 사랑을 받지 못했다는 걸 의미했다. 가족들은 나를 사랑했지만 나는 조금 더 온전한, 조금은 넘치는 사랑이 필요한 아이였다. 늘 사랑이 모자라다고 생각한 아이는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고, 그러한 노력은 나를 사랑하는 것에서 점점 멀어져 갔다.


그래서인지 나는 사랑이 너무 어려웠다. 특히 사랑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늘 도망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 병은 너무나 비극적이게도 상대가 나를 사랑해 줄수록, 상대가 좋은 사람일수록 더욱 심해졌다. 너무나도 사랑을 원하지만 내가 원하는 사랑을 받았을 때 모든 걸 버리고 도망가고 싶은 충동이 드는 건, 참 아프게 모순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타인보다 민감한 사람의 사랑(일레인 N. 아론)’에서 민감한 사람은 ‘잠식에 대한 두려움’ 있다고 한다. 민감한 사람은 타인의 욕구나 그들의 무의식적 생각을 잘 알아차리므로 확고한 경계가 없으면 자아를 잃을까 봐 두려워한다. 나는 연애를 시작할 때 ‘나’가 없어질 것 같은 두려움을 느낀다. 사랑은 ’나‘가 ’너‘의 세계로 들어가는 과정인데, 이 과정에서 온전한 나를 지키지 못하고 흡수될 것 같은 불안을 느낀다. 이때 느끼는 불안은 생존과 관련된 불안이라 너무나 본능적으로, 불에 손을 데면 피하는 것처럼, 사랑에서 도망쳐버리고 만다.


또 다른 불안은 유기 불안이다. 사람은 누구나 버려질 것에 대한 공포를 느낀다고 한다. 내가 느끼는 유기에 대한 두려움은 내가 상대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게 될까 봐 느끼는 불안함에 가깝다. 이 불안은 결국 그 사람을 잃었을 때 내가 온전히 살아가지 못할까 봐 사전에 그럴 일을 차단하려는 일종의 방어기제인 것 같다. 상대가 주는 위로에 큰 위안을 느끼지만 그래서 멀어질 수밖에 없는 모순. 정말 지긋지긋한 아픔이다.


사랑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라 나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다. 도망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이번에는 불에 덴 아이처럼 도망치지도, 불에 데이고도 괜찮다며 그저 버티지도 않고 싶다. 아주 조금의 위로와 함께, 이런 비겁한 나를 그저 지켜봐 주기를, 조심스럽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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