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을 들여다볼 용기
손때가 묻으면
낯선 것들 불편한 것들도
남의 것들 멀리 있는 것들도 다 내 것
문밖에 벗어놓은 구두가 내 것이듯
갑자기 찾아온
이 고통도 오래 매만져야겠다
주머니에 넣고 손에 익을 때까지
각진 모서리 닳아 없어질 때까지
그리하여 마음 안에 한 자리 차지할 때까지
이 괴로움 오래 다듬어야겠다
그렇지 아니한가
우리를 힘들게 한 것들이
우리의 힘을 빠지게 한 것들이
어느덧 우리의 힘이 되지 않았는가
-이문재, <오래 만진 슬픔> 중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몫의 아픔을 품고 살아간다. 아무리 행복했던 유년시절로 가득 찼던 사람이라도, 큰 삶의 시련 없이 살아온 사람이라도 누구나 각자 감당해야 할 아픔이 있다.
나는 간혹 내가 감당해야 할 아픔이 너무 많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억울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그렇게 억울해질 때면 내 아픔을, 모서리가 닳도록 만져본다. 사랑을 온전한 사랑으로 받지 못하는 아픔, 늘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아등바등거리는 아픔, 늘 나를 비난할 수밖에 없는 아픔 등 나를 괴롭혔던 감정들에 대하여 찬찬히 들여다본다.
그러면 이문재 시인의 시처럼, 아픔을 열심히 만져서 손때가 묻으면 아픔은 더 이상 아픔으로만 존재하지 않고 나를 살아가게 하는 삶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어떤 아픔도 오래 매만진다면 나를 구성하는 가치중립적인 하나의 요소가 될 뿐, 더 이상 아픔으로 기능하지 못한다. 나아가 그 특성이 나만의 개성적 성격이 되어 장점으로 발휘하기도 한다.
그래서 오늘도 가만히 들여다본다. 나는 왜 두려워하는지, 왜 도망가고 싶은지, 그래서 또 어떤 내가 되고 싶은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