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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a Apr 17. 2016

[斷想]스낵

찹찹, 허기를 달래려다


배가 고프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밑반찬이 변변찮다. 

오징어젓갈이라도 있으니 다행이군, 이걸로 한 그릇 뚝딱 해야겠다. 


밥솥에는 며칠 전 해 먹고 남은 밥이 딱딱하게 굳어 있다.

휴, 이런. 밥을 먹고 싶지만 밥을 하고 싶진 않구나.


테이블 위에 얼마 전 사둔 포테토칩이 보인다.

뚜껑을 열었다.


건조하고 노란 피부 위를 흐르는 도도한 소금기가 금세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짭조름한 매력에 홀려 하나 둘 집어먹기 시작하니

세상에나, 맛있어도 참말 맛있다. 멈출 재간이 없다.


바삭바삭. 이에 부딪히고 씹히는 쾌감이 아주 그만이다.

어금니 곳곳을 마사지하는 기분. 


이 조그만 타원형의 스낵이 

치아 곳곳에 바삭바삭하게 걸려들고 있다. 


부서지고 깨지고 분쇄되어 목구멍으로 넘어가기 직전까지

찹찹, 맛있는 허기가 춤을 춘다. 정신없이 홀린다. 


밥 한 그릇의 든든함도 잊게 해 준 짭짤한 욕망이 

혀 끝으로, 어금니 사이사이로, 목구멍으로 계속 이어진다.

 

집고 또 집고 다시 입으로 또 입으로.


5분 정도 지났을까. 

포테토칩 통을 내려다보니 어느새 한 조각만을 남겨 놓고 있다. 

언제 이렇게 다 먹었나. 벌써 끝인가.

허허, 쩝쩝.


아, 혀가 깔깔하다. 마른침이 솟는다. 


다시 허기가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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