찹찹, 허기를 달래려다
배가 고프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밑반찬이 변변찮다.
오징어젓갈이라도 있으니 다행이군, 이걸로 한 그릇 뚝딱 해야겠다.
밥솥에는 며칠 전 해 먹고 남은 밥이 딱딱하게 굳어 있다.
휴, 이런. 밥을 먹고 싶지만 밥을 하고 싶진 않구나.
테이블 위에 얼마 전 사둔 포테토칩이 보인다.
뚜껑을 열었다.
건조하고 노란 피부 위를 흐르는 도도한 소금기가 금세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짭조름한 매력에 홀려 하나 둘 집어먹기 시작하니
세상에나, 맛있어도 참말 맛있다. 멈출 재간이 없다.
바삭바삭. 이에 부딪히고 씹히는 쾌감이 아주 그만이다.
어금니 곳곳을 마사지하는 기분.
이 조그만 타원형의 스낵이
치아 곳곳에 바삭바삭하게 걸려들고 있다.
부서지고 깨지고 분쇄되어 목구멍으로 넘어가기 직전까지
찹찹, 맛있는 허기가 춤을 춘다. 정신없이 홀린다.
밥 한 그릇의 든든함도 잊게 해 준 짭짤한 욕망이
혀 끝으로, 어금니 사이사이로, 목구멍으로 계속 이어진다.
집고 또 집고 다시 입으로 또 입으로.
5분 정도 지났을까.
포테토칩 통을 내려다보니 어느새 한 조각만을 남겨 놓고 있다.
언제 이렇게 다 먹었나. 벌써 끝인가.
허허, 쩝쩝.
아, 혀가 깔깔하다. 마른침이 솟는다.
다시 허기가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