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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a Jan 03. 2017

[斷想] 연동(恋冬)

겨울이 섭섭해

오늘 아침은 하늘이 유난히 파래서 놀랐어요.

제주가 유독 그런 건가요.


다시 가을인가? 아니면 벌써 봄인가?

헷갈릴 정도로 맑은 날씨였습니다. 


뉴스를 보니 영상 15도까지 오른다고 하네요. 

선선한 바람이 불고 있긴 하지만 

겨울을 실감할 정도의 바람은 아니에요. 

햇살은 딱 쐬기 좋고요.

구름도 몽실몽실 말갛게 잘 떠다닙니다.  


그런데 조금은 이상한 기분이 들어요. 

추위에 오들오들 떠는 것보다야 

사람의 바이오리듬에는 훨씬 좋은 날씨지만,

왜 이렇게 서운한 마음이 들까요. 


추워야만 생생히 보이는 것들도 있기 마련인데 말이죠.

예를 들어,

하얀 포말을 그리며 차가운 공기 속으로 흩어지는 입김이라든가

동백꽃잎 위에 얼어붙은 아침 이슬이라든가

빰을 후려칠 듯 날카로운 바람에 휩쓸리는 나뭇가지라든가 


낮은 지붕 처마에 고드름이 송골송골 맺히는 장면을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젖은 머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바사삭 얼어버리는 난처한 순간들도 그렇고요.

'된장, 이 죽일 놈의 겨울' 싶다가도

이것은 또 이 나름대로, 겨울의 묘미처럼 느껴져 

저는 좋답니다. 


그런 겨울이 오늘은 완전히 제모습을 감추었습니다.

그래서 섭섭한가 봐요. 

어차피 봄이 오길 기다리면서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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