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
일주일간의 긴 대만 출장을 다녀왔다.
대만 동료들과는 업무적으로 협업할 일은 많지 않지만, 겸사 겸사 이런 저런 이유로 첫만남을 가졌다.
돌이켜보면 동아시아권 여행 경험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
필리핀 한 번, 그리고 여러차례 일본 여행이 전부였고,
중화권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대만은 참 흥미로운 나라다.
한국처럼 일본에게 식민지배를 겪었고, 같은 해에 불안정한 출발을 했으며,
압축 성장을 통해 지금의 모습을 만들어냈다.
어떻게 보면 미국 같았다.
어떤 곳은 일본 같았으며,
어떤 곳은 중국과홍콩을 닮아있었다.
거리 곳곳에는 한국어가 넘쳐났고,
이질적인 것들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나라였다.
무엇보다도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매우 컸다.
어렸을 때 미국에서 첫 해외 생활을 했을 때와는 사뭇 다르다.
한국에 흑인이 있는지, 한국인은 어떤 언어를 쓰는지 물어봤던 친구들이 떠올랐다.
그 때와는 다르게 한국인이라는 자체만으로 날 좋아해주고 먼저 다가와 줬다.
감사했다.
아내는 일찍이 가족들과 함께 대만에 방문한 적이 있다.
그 경험은 나의 대만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데에 큰 도움이 됐다.
출장을 앞두고 어디를 가야하고, 무얼 먹어야 좋을지 찾아봤다.
유튜브 속의 사람들은 비슷비슷한 장소와 경험을 추천했다.
그러다보니 그들이 간 곳에 가고 싶지 않아졌다.
내면의 홍대병이 나에게 가지 말라고 한다.
여행을 갈 때면 웬만하면 한국어가 들리지 않은 곳을 가고 싶다.
나의 여행은 그런 것 같다.
한국어가 들리면 잘못된 곳에 온 것 같다.
일반적인 경험을 할 수 없는 곳을 가야하는게 나의 여행관이다.
동료들에게 유튜버들이 방문한 장소에 대해 말하자 지구의 종말이라도 오듯 다급해보였다.
그러고는 누가 더 많이 잘 알고 있는지 서로 경쟁이 붙어 내게 이곳 저곳 알려줬다.
그렇게 밀도 높은 일주일 간의 출장이 시작됐다.
퇴근 후 숙소로 돌아갈 수 없었다.
동료들이 이끄는 곳으로 항상 가야했다.
근사한 장소에서 특별한 경험을 함께 나눴다.
한국인들이 오지 않은 곳이란 생각에 무언가 우월감도 느껴졌다.
아내 덕분에, 그리고 현지 친구들 덕분에 오감을 만족하는 환상적인 경험을 했다.
배가 찢어지기 직전까지 맛있는 음식과 술로 배를 채우고,
생각할 틈 없이 새로운 자극들로 일주일을 채웠던것 같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금세 정이 들어버렸다.
따듯한 포옹과 감사의 인사로 다음을 기약하다보니 벌써 이곳에 와 있다.
조금은 초현실적이다.
다음엔 가족과 함께 다시 오고 싶다.
내가 했던 특별한 경험을 온전히 느끼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