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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per Apr 09. 2024

모두가 가지 말라했던 파벨라 |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유명한 관광지는 감탄을 자아내지만, 뒷골목 사람들의 이야기는 감동을 준다.


그리스도상, 팡 지 아수까르산 (Sugarloaf Mt.), 코파카바나 비치, 메트로폴리따나 성당, 셀라론 계단. 리우 데 자네이루의 이 아름다운 관광지보다 더 기억에 남은 것은 단연 파벨라(Favela)였다.


파벨라 산타 마르타 (Favela Santa Marta)
파벨라 호시냐 (Favela Rocinha)


파벨라는 리우 데 자네이루의 '비공식 주거지 (informal settlement)'이다. 사람들은 이곳을 빈민가, 산동네, 판자촌, 슬럼이라고 부른다. 나무위키에 가면 이런 설명을 볼 수 있다.


“관련 사진만 봐도 알 수 있겠지만, 그야말로 가망이 없다. 그냥 덕지덕지 붙여서 만든 낡은 집들로 구성된, 진짜 밝은 미래는 찾아보기 힘든 곳이며…”

“특히 리우데자네이루의 파벨라는 악명이 높은데, 호시냐(Rocinha)를 비롯한 많은 곳들이 존재한다. 우리가 리우데자네이루 하면 코파카바나 등 해변가와 같은 아름다운 곳을 떠올리기 쉬우나 그건 겉모습만 봤을 때이고, 실제로 깊숙이 들여다보면 그야말로 할 말이 없어진다. 호시냐처럼 아예 아름다운 산 풍경을 대놓고 덮는 경우도 있고, 아름답고 정리된 유럽식 계획도시 위에 갑자기 분위기를 망치는 쓰레기더미처럼 존재하기도 한다. “

“치안이 속된 말로 완전 개판이고, 내부가 사실상 무법지대라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에 여행자 신분으로 이곳에는 발도 들이지 않는 것이 좋다. 내부 치안을 카르텔이나 동네 갱단 혹은 경찰 민병대가 담당하고 있다고 하는데, 당연히 법보다 주먹이 더 앞선다는 소리이다. 여행자 신분으로 이곳에 들어가면 소지품 다 털리는 건 고사하고 운 안 좋으면 멀쩡히 살아서 못 나올 수도 있다.”


 실제로 파벨라에서는 마약 거래가 이루어지기도 하고, 경찰과의 대치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호시냐 파벨라에 서 스나이퍼 건을 든 사람들을 직접 보기도 했고, 경찰서 건물 벽에서 총격전의 흔적도 찾을 수 있었다. 일부 소문은 거짓이 아니다.


총격전의 흔적


하지만, 이것이 파벨라의 전부는 아니다. 리우 데 자네이루 내에서만 600개 이상의 파벨라가 있다. 리우 인구의 24%가 파벨라가 산다. 일부 마약상과 강력 범죄자들이 리우 데 자네이루의 24%를 대표할 수는 없다. 페드로와 에드몬드와 함께 산타 마르타와 호시냐 파벨라 골목을 걷고, 주민들과 이야기하며 진짜 파벨라에 대해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이 글의 모든 사진들은 허락을 구하고 찍었다.


1888년, 브라질의 노예 제도가 폐지된다. 당시 브라질 인구의 15%가 마침내 해방된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구제책이 없었기 때문에 이들은 자립에 어려움을 겪는다. 가족과 함께 도시 내에 살 집을 장만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고, 그렇다고 아프리카로 돌아갈 수도 없는 처지였다. 그들은 살 곳을 찾아 언덕과 산을 올라갔고 집을 짓기 시작했다. 이것이 파벨라의 시작이다.


이후 일을 찾아 도시로 온 사람들이 파벨라 근처로 모여들면서 그 규모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직접 집을 지었다. 도시 계획 없이 집 옆에 다른 집을 짓고 옥상 위에 새로운 층을 계속 쌓아 올렸기 때문에 집 사이의 공간이 매우 좁고 그러다 보니 인구 밀도가 아주 높다.


실시간으로 올라가고 있는 집


좁은 공간에 모여 살다 보니, 그들은 가까운 이웃이 되었다. 정부와 경찰이 하수, 전기, 쓰레기 처리 및 치안에 대해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파벨라는 강력한 커뮤니티가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주민들 사이에는 서로 간의 신뢰가 두텁고, 오히려 범죄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들은 나름의 시스템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모든 집이 주소가 있지 않고, 어떨 때는 한 주소를 여러 집이 함께 쓰기 때문에 길목에 박스를 두고 본인의 우편을 가지고 간다. 쓰레기 차가 들어오지 않는 지역에서는 자체적으로 소각을 한다. 파벨라 안에도 학교, 병원, 각종 상점들이 전부 다 있다. 범죄의 소굴이 아니라 사람 사는 곳이고, 많은 사람들이 집이라 부르는 곳이다.  


파벨라에 사는 어른들은 아이들을 위해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을 자체적으로 만들어서 운영한다. 학교에 다녀온 아이들의 자유 시간에 그림, 음악, 무예, 축구 등을 교육한다고 한다.


"아이들을 바쁘게 만들려고 노력해요. 범죄에 대한 노출을 줄이고, 인생의 올바른 방향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게 목표예요."



나무위키에서는 파벨라를 '밝은 미래는 찾아보기 힘든 곳'이라 표현했다. 나는 이 표현이 굉장히 무례하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편견이 파벨라의 잠재력을 가로막아서도, 그들의 발전적인 행동을 저지해서도 안된다.


파벨라의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파벨라 밖의 사람들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평범한 주민들. 이들이 파벨라의 대다수다. 나는 파벨라의 아이들과 어른들을 보며 밝은 미래를 보았고, 따뜻한 연대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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