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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열음 Jul 14. 2021

후회하지 않는 법 : 현실에 충실하기

지금 말고 나중은 없다



뭐든 지나고 나서 후회하게 된다. 이거 할 걸, 저거 할 걸, 이 때는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저 때는 저렇게 했어야 했는데. 그 당시에는 답을 알 수 없어 죽어라 고민했던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 천천히 양상을 드러낸다. 그럴 때면 원망스럽기도 하다. 미리 알았더라면 그러지 않았을 거라고.

창원에 내려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서울에서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고 있다. 학교 도서관에 오는 것. 내 키만큼 더 높은 창문의 앞에 앉아 글을 쓰고 책을 읽는 것. 그중 1층에 있는 로비에서 공부를 하는 게 로망이었는데 다들 보는 눈이 비슷한지 그곳은 언제나 자리가 없었다. 아침 일찍에 와야 좋은 자리를 간신히 차지할 수 있었고 매번 아침 스케줄이 차 있던 나는 미루고 또 미뤘다. 결국 오늘 호기롭게 달려왔을 때는 코로나19가 심해지며 한동안 운영하지 않는다고 적혀있는 팻말 앞에서 돌아가야만 했다. 선택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후회는 최소한으로 하겠다 다짐하고 살아가는데도 후회할 일 투성이다. 특히 예상치 못한 감염병이 너무나 많은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후회를 안겼다. 나와 친구는 작년 내내 후회에 땅을 쳤다. 코로나가 터지기 2주 전쯤, 갑작스럽게 제주도에 가고 싶었다. 나는 열심히 꼬셨고, 친구는 넘어오는 듯하더니 강하게 선을 그었다.


그 해 겨울은 유달리 피곤했다. 방학마다 두세 번씩 여행을 다녔지만 그 해에는 다가올 학기를 생각하면 쉬고 싶었다. 여행이야 언제든 가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쉬었다. 그 계절 동안 유럽 일주를 다녀온 친구들이 많았다. 내년에는 나도 가야지. 부러운 마음에 입맛만 다셨다. 인스타그램의 동그라미에 유럽이 더 이상 보이지 않고서 일주일이 더 지났을 때, 코로나가 터졌다. 다녀온 친구들은 엄청난 행운아였다. 이제 몇 년 동안은 구경도 하기 어려울 테니까.




대학생의 낭만은 여행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더 많은 후회가 있었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취업 준비에 힘써야 하니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다녀오면 좋으련만. 일본, 중국, 대만, 유럽, 미국, 모두 꿈이 됐다. 학기 중 간간이 아르바이트를 해 그 돈으로 방학 때 여행만 다니려 했던 꿈은 정말 꿈으로만 남게 됐다. 돈이 있어도 가지를 못 한다며 슬퍼했다.





코로나가 괜찮아지면 만나자는 게 새로운 인사가 됐다. 대학생의 인사는 종강하면 만나자였는데, 이제는 기약이 없어졌다. 언제 끝날지 모르게 됐다. 하다못해 종강은 날이 정해져 있는데 코로나는 당장 내일이라도 몇 배나 늘어날 수 있었다. 예전의 삶이 20% 정도의 불확실함이 전제되어있었다면 이제 우리의 삶은 90%가 불확실하다. 이렇게 불확실하고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 게 미래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눈앞의 쾌락에 충실해졌다. 언젠가 끝이 날 거라고 믿지만 끝을 알 수 없어 불안해한다. 자신의 선택에 확신이 없어졌다. 그럼에도 난, 자신의 소리에 솔직하게 답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쾌락에 눈이 멀어 미래를 포기하고 현실만 바라보는 걸 우리는 현실에 충실하다고 하지 않는다. 미래의 불안감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해내는 것이, 현실에 충실한 것이다.


후회의 확률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오늘도 선택을 이어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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