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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열음 Aug 06. 2021

한동안 소설을 쓰고 왔어요

브런치에게 독촉을 받다니





브런치가 글을 써보는 게 어떻냐고 알람을 보내는 바람에 웃었다.




걱정하지마세요. 꾸준하게 지지않고 쓰는 게 목표입니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게 굉장히 오랜만이다. 그도 그럴게, 7월 22일 이후로 단 하나의 글도 올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약 2주 정도의 시간이었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게 작년 이맘때였다. 그때 나는 얼마나 절박했는지 모른다.


어릴 적에 글을 좋아했다. 아마 어릴 적 놀이터보다 도서관을 좋아했던 이들이 지금도 글을 쓰고 있다고 믿는다. 나도 그런 아이였기 때문이다. 810번대에서 하나 둘 책들을 골라 읽었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과 기억하고 있는 이야기들이 둘둘 쌓였다. 하지만 자연히 중학생이 되며 글과 멀어졌고 고등학생 때 조금 가까워졌다가, 다시 멀어졌다. 멀어지는 게 더 쉬웠다. 작년이 되어서야 나는 책과 가까워졌다. 친구가 정세랑 작가님의 책 "피프티 피플"을 소개해준 게 계기였다. 그 뒤로 다시 도서관을 찾았다. 정세랑 작가님을 책을 기반으로 나는 또 그 세계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책을 읽자 글을 쓰고 싶었고, 간신히 글을 썼다. 꾸역꾸역 단편소설들을 써 내려가다가 브런치를 알게 되었다.



나는 이기적 이게도 재능이 없다는 걸 인정하는 게 무서운 사람이었다. 평범함과 비범함 사이의 재능 정도는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마저 없으면 글을 쓸 수 없을 것 같았다. 브런치 공모에도 떨어진다면? 당연히 떨어질 수 있지만 나에게는 사형선고로 느껴졌다. 네 주제에 글을 쓴다고? 네가?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다는 형벌을 받는 것과 같았다. 내가 나에게 그럴 것이다. 그래서 미루고 미루고 또 미루고. 그러다 문득 용기가 났던 날이 있다. 저녁부터 책상 앞에 앉아 합격 후기들을 줄줄이 읽고 간신히 써서 제출할 수 있었다.



아마 이게 최종본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탐욕스럽게 원하는 걸 취하고 싶은 ___입니다. 저는 저의 시간들을 소중히 여깁니다. 그래서 시간들을 남기고, 그 시간 속 감정까지 남겨서, 그때를 기억하는 것을 오랫동안 해왔습니다. 스물두 살 ___이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쓰고 싶습니다. 또한 저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무난한 20대의 삶을 살았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틈틈이 불행했습니다. 삶이라는 게 그렇듯, 커다란 불행보다 잔잔한 물결들의 아픔이 자주 오기 때문입니다. 제가 겪고 느꼈던 보통의, 혹은 특별한 일들과 감정을 담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어쨌든 브런치 심사에 단번에 통과할 수 있었고 일주일에 한 번씩 에세이를 썼다. 나는 글을 쓸 때 하고 싶은 주제나 이야기가 있으면 바로 써서 내기 때문에 길어야 한두 시간이 걸렸다. 일주일에 한 시간 글을 쓰는 걸로는 성에 차지 않아 연재 주기를 일주일에 두 번으로 늘렸다. 글은 많이 써야 늘기 때문이다. 내가 놓친 시간 들을 만큼 메꾸고 싶었다.




쓰기 싫을 때도 있었고 재밌을 때도 있었다. 지금 봐도 마음에 드는 글이 있고 마음에 들지 않아 몰래 없애버린 글들도 있다. 쓰면서 나는 매번 이게 도움이 될까? 브런치에 일기 같은 글들을 올리는 게 시간을 낭비하는 게 아닐까? 이런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히 내가 포기하기 전에 브런치에서 간간히 관심을 줬고 그 관심을 바탕으로 다시 노력할 수 있었다.




어쨌든, 이렇게 1년을 맞이한 브런치에 최근 들어 왜 소홀해졌냐 하면 본업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내 꿈은 작가로 등단하는 것이다. 그것만큼 간절한 목표는 없다. 갈피를 잡지 못하는 나에게 친구는 청소년 소설을 제안했다. 청소년의 심리를 잘 담아낸다는 말이었다. 길을 좁히고 나니 노력할 게 명확했다. 일부러 청소년 소설들을 많이 읽었다. 어떤 소설을 청소년 소설이라 부르는지 어떤 소설이 청소년들에게 호응을 받는지.





숨 돌릴 새 없이 바빴던 이번 학기를 마치고는 글쓰기 수업을 듣고 싶었다. 등단한 작가님의 지도 아래 나의 문제점을 고쳐나가고 장점을 발달시키고 싶었다. 그렇게 청소년 소설 입문 수업을 듣게 됐다. 대단한 천운이었다. 수업은 매주 화요일마다 두 달 동안 진행됐다. 이론 수업을 듣고 써온 작품들을 서로 합평하는 시간으로 이어졌는데 이것도 나에게는 큰 두려움이었다. 나는 단 한 명의 독자를 제외하고는 누구에게도 나의 소설을 보여준 적 없었다. 이건 졸작이야. 넌 재능이 없어. 작가는 꿈도 꾸지 마. 이런 말을 들을까 봐, 그 말에 내가 글쓰기를 그만둘까 봐 무서웠다. 다행히 그러지는 않았다. 다들 진중하게 서로의 작품을 피드백했고 작가님도 선생님의 눈으로 작품을 판단해주었다. 오히려 내가 전혀 몰랐던 나의 단점들을 알 수 있어서 기뻤다.



매주 하나의 소설을 과제로 내다보니 다른 글을 쓸 시간이 현저히 줄었다. 브런치 연재 주기도 이에 따라 일주일에 한 번으로 줄였지만 도저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수업 다음날인 수요일, 목요일 하루 종일 소재와 내용을 구상하고 금요일부터 글을 썼다. 열 시간 넘게 글을 쓰고 퇴고하는 과정은 고됐지만 뿌듯했다. 다른 글의 소재나 흐름 같은 건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이제 한 달의 수업이 끝나고 마지막 개별 과제 합평만을 남겨두고 있다.

내가 피드백을 처음 받을 때부터 지금까지 들어온 말은 '탄탄하다'는 것이었다. 기본기가 아주 탄탄하고 문장이 좋다고, 장면 전환이 자연스럽다고 했다. 탄탄하다? 이 말의 의미를 곰곰이 씹어 보게 됐다. 무슨 의미일까? 내 문장이 단단하다는 걸까? 어색한 문장이나 개연성이 부족한 장면이 없다는 걸까? 아직도 이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문득 브런치가 생각났다. 봐주는 사람이 있든, 없든, 원하는 대로 꿋꿋하게 써 내려간 나의 거대한 일기장. 나에 대한 칭찬들이 모두 브런치에서 온 것 같았다. 아마 그랬을 것이다. 내가 해온 게 헛되지 않았다는 걸 깨닫는 건 생각보다 유쾌했다.


마지막 소설이 남은 이번 달까지는 보다 힘이 덜 들어간 글을 쓰겠지만 이제 브런치로 돌아올 때다. 2주밖에 안돼서 나를 찾다니, 브런치가 내가 보고 싶었던 게 틀림없다. 브런치를 위해 내 갤러리는 음식 사진들로 가득하다.



이번 주 일요일에 다시 음식 이야기로 돌아올게요. 어떤 음식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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