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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열음 Sep 20. 2020

언제나 들이박는다는 마음으로

쫄지말고 넘어지기

나는 지독한 운동치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건 체육시간이었고 성인이 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평균도 아니고 바닥인 수준이었기에 가끔 비웃음을 사고는 했다. 타고나는 부분까지는 어떻게 할 수가 없는데도 그 웃음들은 나를 바닥까지 끌어내렸다.



그런 내가 가장 동경했던 운동은 자전거였다. 고등학교 때도 자전거로 통학을 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먼 거리는 걸어가지 않고 자전거를 탄다는 말이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가 없다. 길을 갈 때도 바퀴를 달고 쌩쌩, 날아가는 이들을 보면 나까지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 곳에서의 경치는 걷는 것과는 또 다르지 않을까? 



그리고 6월달, 날이 더워질 시기였다. 집 밖에 나가지 않으니 몸이 점점 나빠졌다. 우리 동네는 유달리 아이들이 많이 뛰어노는 동네다. 집에 있으면 밖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소리가 멈추지를 않는다. 그 중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 아파트는 자전거를 타기에도 좋았다. 그래서 나도 한 번 타볼까, 하고 자전거를 대여했다. 







창원의 자전거는 '누비자'라는 이름을 가진 초록빛의 자전거이다. 어릴 적 자전거를 배워본 적은 있지만 직선의 도로를 간신히 달리는 정도였기 때문에 이번에도 두려움이 반이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대여한 자전거는 처음을 달리기가 어려웠다. 시작하고 나면 잘 달리지만 그 시작이 쉽지가 않은 것이다. 그래도 막상 자전거를 타니 바람을 가르고 달리는 기분이 으뜸이었다. 걷는 것보다도 빠르고 걷는 것보다도 즐거웠다. 그래서 다음날부터 일주일권을 끊어서 매일같이 자전거를 탔다. 




사람을 만나는 게 두려워 아침일찍부터 집을 나섰다. 아파트 안을 뱅글뱅글 돌면서 길을 익혔다. 자전거를 타는 동안에는 한가지만 다짐했다. 넘어지는 걸 두려워하지 말 것. 두려우면 나는 방향을 꺾을 수도 없고, 오르막길을 갈 수도, 내리막길을 갈 수도 없다. 내 마음가짐대로 나는 넘어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다. 우스울 수도 있지만 그래서 많이 넘어졌다. 부딪히고 넘어지고 튕겨나기도 했다. 속도가 붙는 곳에서 방향을 꺾지 못해 벽에 크게 부딪혔다. 브레이크를 잡아도 바로 서지 않아서 손을 뻗쳤다. 손을 뻗지 않았다면 얼굴을 크게 다쳤을 것이다. 부딪힌 손목은 시큰거렸다. 


그 뒤로도 방향 조절에 실패해서 넘어졌다. 무릎이 심하게 까져서 피가 났다. 다른 때 같았으면 우는 시늉을 하며 집에 갔겠지만 부상을 딛고도 노력하는 나에 심취해서 한참을 더 타다가 집에 갔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넘어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아픔을 두려워하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어제 아주 오랜만에 자전거를 탔다. 두 달만에 다시 도전하는 게 두려워 나는 또 미루고 미뤘다. 용기가 없어서 핑계를 대며 미뤘다. 그러다 갑자기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약하고 싶지 않았다. 까짓 거 그 때처럼 넘어지고 또 구르면 되지. 그게 뭐라고 이렇게 움츠러들어있을까. 



그래서 집 밖으로 나갔다. 항상 아침 일찍 탔었지만 처음으로 저녁에 탔다. 하늘은 분홍빛으로 물들어있었다. 날이 컴컴해져 앞이 보이지 않는 것을 걱정했지만 친절하게도 누비자는 환하게 앞을 비춰주었다. 


처음으로 아파트 밖을 나갔다. 세상에 나온 아이의 기분이 이랬을까. 신이 나서 멈출 수가 없었다. 한 시간을 가까이 도로를 달리고 나서야 나는 집으로 돌아갔다. 생각보다 두렵지도 않았고 흥만 남아 있었다. 부들거리는 다리를 끌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생각했다. 이제는 자전거를 타고 가을을 달려야지. 자전거 타기에 너무 좋은 날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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