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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열음 Feb 21. 2021

행복이 가까워서 다행이야

오늘도 행복합니다 


정말, 내 인생은 황금빛으로 가득 찬 게 틀림없다. 오늘만 해도 좋아하는 고기를 먹었고 근처 바닷가를 걸었다. 조용한 마을이지만 오늘은 유난히 화창한 날이라 사람들이 많았다. 



가족들끼리 오손도손 산책을 나왔고 길가에는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가득했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한껏 웃음을 짓고 있었다. 파란 하늘에는 끝도 모르고 날아가는 연들이 있었고 밑에서는 몇몇 아이들이 커다란 비눗방울을 불어 공간을 채웠다. 길가에 파는 솜사탕 하나를 사 먹으니 행복에 행복이 더해진 기분이었다. 





달리는 차의 창밖으로 손을 뻗으면 공기가 만져진다. 손을 타고 사라지는 바람의 온도는 손의 온도와 그리 다르지 않아서 푸근함이 느껴진다. 햇살은 따뜻하고 바람은 기분 좋게 시원하니, 이게 정말 극락이었다. 











어느 날 언니가 인터넷에서 본 글에 대해 이야기했다. 뭘 먹어도 맛있고 뭘 해도 즐겁고 자기가 너무 좋고. 이래서 삶이 행복하다는데 너랑 비슷하지 않냐는 말이었다. 엄마 아빠도 동의했다. 남들이 보기에 그런 사람처럼 보였다니 나름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나 보다. 



무엇이든 나를 갉아먹을 수 있지만 그곳에서 나를 지킬 수 있는 건 나뿐이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사랑해도 의미가 없다. 다행히 나는 나를 사랑하게 되었고 내 주변의 것들도 모두 사랑할 수 있어서 행복이 아주 가까이에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단순하다. 사랑하는 애착 인형-폭신폭신하고 따뜻한 친구들-을 껴안고 있는 것, 샤워하고 나온 후 단지 우유를 마시는 것, 고요한 시간에 자전거를 타는 것, 피곤할 때 잠깐 눈을 붙이는 것, 엄마한테 어리광 부리는 것, 귀여운 옷을 입고 외출하는 것,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것, 누워서 순정만화를 보는 것, 일상 속에서 좋아하는 작품을 간간히 읽는 것, 공기가 맑을 때 산책 가는 것, 좋아하는 친구와 연락하는 것, 가족들과 외식하고 산책하는 것............. 






다들 나의 행복지수를 높여주는데 일조하고 있지만 가장 빠르고 강하게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건 '자연'이다. 날씨가 좋으면 기분이 들뜬다. 햇살이 따스하고 바람마저 머리칼을 살랑이면 최고의 날이다. 비가 오거나 흐린 날에는 감성적인 기분이 든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데 집중이 잘되는 날이다. 




풀냄새를 맡으면 앉아있고 싶어 지고 물 냄새를 맡으면 손을 담그고 싶어 진다. 만개한 꽃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아름다운데 가슴이 아파서 자꾸 울고 싶어 진다. 눈을 보면 스노우볼에 사는 주민이 된 기분이다. 방방 뛰어다니고 싶다. 시골 하늘의 별들을 보면 내가 우주 속에 살고 있다는 게 실감 난다. 별들의 나라에 살고 있다는 생각에 외롭지 않다. 





이런 순간들을 마주하면 온갖 예쁜 말들을 속삭여주고 싶다. 너는 어쩜 이렇게 아름답니, 어쩜 이렇게 날 행복하게 해 줘? 태어나서 다행이라고 몇 번이나 되새기고 되는 시간들이다. 





요즘 들어 날이 더 따뜻해지고 있다. 추운 날도 간간히 섞여있지만 지금의 공기를 들이마시면 봄이 온다는 게 느껴진다. 어느 계절도 사랑스럽지만 봄은 역시 봄이다. 온 생명이 피어나고 꽃들이 만개하는 계절이 돌아온다. 반복되는 시간 중 가장 반가울 계절이, 코 앞까지 다가왔다. 이번 봄동 안은 불행해질 일은 없을 거야. 꽃들을 바라보면 슬픔도 가실 거야. 더 빨리 찾아왔으면 바라는 건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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