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문득 멈춰 돌아보니..

바쁜 삶에 찌든 채 서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by 열혈인생

몇 달 동안 바쁘게 달려오다 오늘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목표를 정해놓고 함께 달리던 팀원은 얼마 전 나를 호구 만드는 사람으로 만들어 놓고 팀을 떠났다.


내 능력을 칭찬하는 지인의 부탁에 오늘도 컴퓨터 앞에 앉아 조급해하는 나를 발견하고 모든 것이 한순간에 멈춰버렸다.

머릿속은 하얘지고 여긴 지금 어디인지, 나는 누구인지, 나는 왜 이렇게 매일 바쁘게 살고 있는 건지 생각하게 되었다.


팀원과 함께 같은 목표를 가지고 일을 하는 건 흥미진진한 일이었다. 공통의 장밋빛 목표를 향해 함께 걸어간다는 것은 밤샘 작업 중에도 기쁨을 찾을 수 있게 해 주었고, 어려운 장애물이 생겨도 뚫고 나갈 수 있는 힘이 되어 주었다.


하지만, 금전적 어려움과 업무 배분에서의 입장 차이는 결국 팀을 쪼개버렸다.


늘 복잡했던 머리는 충격 탓인지 멈춰 서서 좀처럼 돌아가지 않았고, 앞만 보고 달리던 목표를 상실한 채 멈춰보니 바쁜 삶에 찌든 채 안쓰럽게 서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착잡한 마음을 이끌고 추적거리는 빗속을 걸었다.

복잡한 마음 때문에 아무 일도 할 수 없어서 무작정 집을 나섰다.


투닥거리는 빗소리에 마음이 잠잠 해질 때쯤 왜 나는 지금 이렇게 살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했다.

돈을 벌기 위해서 이렇게 일을 많이 할 거라면 차라리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편이 훨씬 쉬운 일이 었을 것이다.


함께 잘 되기 위해 파이를 키우는 목표를 가지고 출발했던 처음을 기억해내고는 슬슬 짜증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배신감과 공허함, 피곤해진 육신과 참담한 마음이 뒤섞여 나를 짓눌렀다.

사람의 말을 믿지 말고 그 사람의 걸어온 삶의 길을 보고 이성적으로 판단했어야 했는데 경험을 통해 뻔히 예상하고 있었던 일을 설마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이성적으로 판단하지 못하고 결국 이 상황을 현실로 마주하게 만든 내게 짜증이 났다.


왜 쓸데없이 스스로 책임감의 굴레를 쓰고 한계를 넘어서는 일들로 스스로를 괴롭게 했는지도 후회되었다.

수개월 동안 고생한 내게 미안했다.


어쩌면 인생은 원래 혼자인 것이고,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평생 1명 얻기도 힘든 일일 것이다.


오늘은 집안에서 내게 이것저것 부탁하는 가족들도 싫고, 내가 제일 일을 잘한다며 이것저것 부탁하는 지인들도 오늘은 다 싫다.

오늘은 지금까지 고생한 나에게 휴식과 보상이 필요한 하루다.


추적추적 여름을 재촉하는 빗소리나 들으며 여유 있게 커피 한 잔 테이블에 올려놓고 느긋하게 그림이나 그리고 싶은 그런 하루다.


나는 이렇게.. 혼자가 편하다.


조용한 골목에서 오직 빗소리와 나만 존재하는 이 시간이 내게 보약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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