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란, 부부를 중심으로 아들ㆍ딸, 손주 등 혈육으로 이루어졌다고 하지만, 정으로 맺어진 가족도 있으니, 바로 우리 집 반려견 ‘호두(시추)’와의 만남이다.
독립해 생활하는 큰아이와 동고동락하고 있는데,문득 생각나거나, 보고 싶으면 큰애 스마트폰으로 영상대화를 나눈다. 아내와 주로 통화를 하는데 한번 연결하면 30분은 기본이다. 어느 땐 1시간도 훌쩍 넘기는데 모두 호두 얘기다.
옆에서 시간이 한참 지났다는 수신호를 보내지만 개의치 않는다. "영상으로라도 호두를 보는 것이 행복이고 기쁨이라면, 통화하는 것까지 막을 일은 아닌 것 같다."싶어 내가 포기하고 만다.
호두가 우리 가족이 된 건, 여동생 내외가 언니 혼자 생활하는데 외롭지 않겠냐며 안겨주었다. ‘호두’라는 이름은 큰애가 지어 주었는데 견주 성을 따 '조 호두'라 지었다.
조그맣고 예쁜 얼굴과, 똘망똘망한 눈이 어쩜 그렇게총명한지 호두 눈을 닮고 싶을 정도다. 거기에다 영리함까지 더해 흠이 한 곳도 없어 호두와 함께하는 것만으로 더할 나위 없이즐겁다.
똘망똘망한 눈을 가진 '조 호두'
할아버지(필자)가 만든 손자(호두) 앨범표지
고 녀석 하는 행동도 어쩜 그렇게귀엽고 예쁜지 딸애집을방문할때면,우리를 번갈아 가며 자기 몸을 밀착해 비비고, 눕고,온몸으로 반가움을 표시한다. 그것도 부족한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졸 졸 졸 따라다니는 걸 보면 붙임성도 있다.
이만큼의 기쁨으로 맞이할 가족이 또 있을까 싶다. 어쩌다 하룻밤이라도 머무르는 날이면 견주는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 부부 방으로 와 함께 밤을 지새운다. 어쩌다 분위기가싸늘하다 싶으면 아내 옆에 누워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아 생각도 깊은 것 같아 정말 기특하기까지 하다.
사료비와 간식비, 미용비, 의류비, 진료비 등 20여 만원의 양육비를 생각하면 만만치 않지만, 그 무엇과도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우리 가족에게 즐거움과 대화의 장을 만들어 주는 ‘호두’가 고맙기만 하다.
가만히 있다가도 “호두야! 아기 갈까?” 하면 치 뛰고, 내리뛰며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 “산책하러 가자”는 뜻인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상이 된 지 오래다.
가끔씩 우리 부부가 호출되기도 하는데 즐거운 마음으로 산책에 동행한다. 나는 호두의 목줄을 잡고, 아내는 물휴지와 배변 봉투, 보행기를 책임진다. 배변을 보려 는 동작을 하면 아내는 재빠르게 배변 봉투에 받는다. 짧은 다리에 관절이 좋지 않아 귀가할 때에는 보행기에 태운다.
아내는 또 스마트폰으로 호두를 찾는다. "호두야! 어이구 우리 새끼 저녁은 먹었나? 뭐 먹고 싶어? 할머니가 맛있는 거 사다 줄까?" 영상 속 목소리를 아는지 꼬리를 연신 흔들며 고개를 두리번거린다. 말귀도 알아듣는 것 같아 정말 미워하려 해도 미워할 수가 없다.
사람들에게 ‘인생 최고의 즐거움이 뭐냐?’고 물으면 건강, 돈, 연애, 결혼, 여행, 먹는 즐거움 등 각자 의견이 다를수 있다. 하지만 우리 집은 인생 최고까지는 아닐지 몰라도 ‘호두가 있어 그저 즐거움’이다.
반려견도 나이가 들면 치매가 오고, 각종 질병으로 고통을 겪으며, 대ㆍ소변도 가리지 못하는 경우를 우리는 자주 보아왔다. 바람이라면, “아픈 곳 없이 지금처럼만 지내다가 떠났으면 좋겠다.“ ‘호두’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져 우리 가정에 즐거움이 이어질 수 있다면 얼마나 큰 행복일까?
아내는 오늘도 ‘호박 고구마와 당근, 명태포’ 등 호두에게 줄 음식 준비에 분주하다. 농산물은 깨끗이 닦고, 수산물은 물에 담가 염분을 제거한 후 삶아서 전기건조기에 하룻밤을 꼬박 말린다. 몸은 피곤해도 호두가 맛있게 먹을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즐겁다고 하니, 가족을 위하는 거라 그런가 보다.
늘 즐거움과 가족들 대화의 장을 만들어 주는 ‘호두’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최소한 ‘호두’와 함께하는 시간만큼은 우리 가정에 즐거움이 함께할 것이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