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한중 Dec 22. 2020

내 발자국에 묻는다

지금 걷는 이 발자국은 어떤 발자취를 남기고 있을까?


아기가 걸음마를 위해서는 2,000번 이상 넘어져야 한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인간으로 태어나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내딛는 발자국은 헤일  없을 것이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발자국을 남긴다는 건 살아있다는 증거요 삶의 신호이기에 더없는 기쁨이기도 하다.


어쩌다 혼자 있고 싶거나, 생각에 잠길 때, 때로는 우울할 때면 눈길이던, 빗길이던, 산길이던 무작정 걷기다. 움직일 수 있는 한 삶의 흔적을 남기며 살아가는 게 인간이다.

   


   

어느덧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누구나 이맘때면 지난날을 되돌아보게 된다. 내 발자국이 자신에 있어서 또는 이웃에게 부끄러움은 없었는지? 부끄럽지 않았고, 어려운 이웃의 따뜻한 가슴이었다면, 자신과 가족에게 떳떳하고 자랑스러울 것이다. 세상 바르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연말이다.


 



서산대사의 한시(漢詩) ’답설‘(踏雪)이 교훈이다.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는


불수호란행(不須胡亂行) 모름지기 함부로 걷지 마라


금일아행적(今日我行蹟) 오늘 내가 남긴 발자국은


수작후인정(遂作後人程) 훗날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테니.』


다시 말해 ”오늘 걷는 발자국을 어지러이 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주는 시로 백범 김구 선생이 즐겨 사용하였다고 전해오고 있으며, 이양연의 ‘야설’(野雪) 또는 ‘천설’(穿雪)이라는 주장도 있어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한다.    

 



‘Z세대’(10대)들의 발자국은 어떨까? 일부라고는 하지만, 40만 원대 알렉산더 맥퀸, 50만 원대 골든 구스, 70만 원대 발렌티노, 80만 원대 구찌 등 스니커즈와 60만 원대 보테가베네타 가죽지갑,


여기에다 루이비통, 셀린느, 페라가모, 고야드 가방 등 10대의 플렉스(과시) 문화가 명품시장의 새로운 고객층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한다.


불확실한 미래보다는 현재의 만족에 투자하는 10대가 국내 명품시장을 견인하는 ‘ 손 꿈나무’로 10대 사이에서 명품 소비는 ‘또래 문화’로 정착된 것 같다.


‘서너 달 꼬박’ 아르바이트로 힘들게 모은 돈이나, 부모 호주머니를 빌려 아낌없이 쓰는 이유는 오직 하나 「멋있어 보이기 위해서」라고 한다.


교복을 입고도 착용하거나 소지할 수 있고 ‘고가’라는 걸 남들이 단번에 알 수 있어 하나를 사도 ‘있어 보이는 걸’ 사고 싶다는 게 우리 미래들의 사고라고 하니,


IMF 외환위기와 경제성장의 주역인 부모세대와 자녀세대의 발자국(삶)은 너무 다른 것 같아 씁쓸하다.      

   



지난 1월 20일 코로나 19 국내 첫 확진환자 및 첫 사망자 발생(2월 19일) 이후 사태가 우려 수준을 넘어 심각한 상황이다.


내년 2월까지는 더 험난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이 겨울이 빨리 물러가고 봄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마음만 앞선다.


코로나 19가 '함께 살라'(이웃이 건강해야 나도 건강)는 경고의 메시지도 주었지만, ‘위드 코로나’(코로나와 함께)라는 말이 이제는 익숙하게 들린다.


'악몽의 겨울' '코로나 통금'이 언제쯤 해제가 될지 지금으로선 기약할 수 없어 안타깝지만, 이런 때일수록 직장모임은 자제하고 개인(생활) 방역을 철저히 지키는 등 지혜롭게 대처해야겠다.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 그날을 기약하며...      

   

정신적ㆍ경제적으로 하루하루 버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국민을 생각해서라도 코로나 19 이전의 일상으로 하루빨리 되돌아갈 수 있어야 할 텐데 지금의 상황으로 볼 때 결코 녹록지 않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어려움은 더 혹독해 이 엄동설한을 온몸으로 견디는 우리의 이웃을 위한 발걸음이 잦아야겠다.


지ㆍ옥ㆍ고(반지하, 옥탑방, 고시원) 보다도 못하다는 ‘쪽방촌’ 생활은 평균 월세 22만 원을 내고 나면,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한 다른 노력은 엄두도 낼 수 없다고 한다.


여름은 더워서, 겨울은 추워서 몸서리쳐지는 그곳! 한겨울 추위의 고통도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견뎌야 하는 이들에게로 향하는 발자국이 이어진다면 아름다운 발자취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2021년은 ’소‘띠 해다. 소 하면 ’우생마사'(牛生馬死)가 떠오른다. ‘홍수가 나서 소와 말이 떠내려가면 소(牛)는 살아남지만, 은 죽는다.’는 뜻이란 걸 대부분 국민은 알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월 장마 때 엄청난 폭우로 인해 경남 합천(축사)에서 밀양까지 무려 80여 km(200리)를 나흘 동안이나 떠내려간 생후 86개월 된 암소가 기적같이 살아서 돌아왔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힘이 세고 헤엄을 잘 친다고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려다 지쳐서 익사하는 말보다,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그냥 물살을 등에 지고 떠내려가면서 조금씩 조금씩 강둑으로 다가가 생존하는 소처럼,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극한 상황에서도 목표와 방향을 생각하는 소의 지혜로 발걸음을 내딛는다면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발자국은 자신에게 끊임없이 주문한다고 한다. 『지금 걷는 이 발자국은 어떤 발자취를 남기고 있습니까?』 혼자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것을 신독(愼獨)이라고 했다.


신독의 자세로 2020년 끝자락에 나와 이웃을 함께 되돌아보는 건 큰 의미 있는 시간일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그런데 누구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