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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비 Aug 08. 2020

기다림의 기록

난임을 극복하고 너를 만나기까지


2019년 초, 나는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다.

첫 유산 후 1년이 지난 지금, 나는 여전히 남편과 단 둘만의 가족이다. 가끔, 아니 그보다 자주, 이대로도 좋다고 생각한다. 둘만으로도 재미있고 충분하다고. 그러다가도 가끔 미친 것처럼 아이를 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바닥을 치며 호르몬의 곡선과 함께 요동하는 마음을 붙들고, 왜 나에게만, 하면서 엉엉 울기도 한다. 언제 어떻게 마치게 될 여정 일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그저 매일 한 발자국 내딛을 수 있을 법한 곳에 발을 뻗는 수밖에. 그것이 나의 인생에 어떤 경로가 되고 의미가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2018년 첫아기를 유산한 후, 아기를 기다리는 동안 꾸준히 일기를 썼다. 유산과 난임이라는 건 지극히 개인적인 괴로움이기에 가족에게조차 온전히 터놓지 못한 채 혼자 앓던 날이 많았고, 참다 참다 무너지는 나의 심정을 쏟아내듯 적기 시작했던 게 일기의 첫 시작이었다. 그렇게 짧다면 짧은, 그러나 내 인생에서 가장 천천히 흐르던 만3년의 시간이 지났고 그 사이 나는 세 번의 임신, 두 번의 유산, 한 번의 출산을 겪었다.


어쩌면 나의 이 기록들이 누군가에게 위안과 공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2020년 5월, 그리도 소망하던 엄마가 될 때까지 나 또한 나와 비슷한 시간을 지나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글을 찾아 읽으며 위로와 희망을 얻었다. 나의 기록이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단 한 명에게라도 작은 빛으로 도달할 수 있기를 감히 바라는 마음으로 여기에 글을 옮긴다.


Aix-en Provence(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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