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3일의 일기
난포 터지는 주사를 맞으면 36시간 후에 배란이 된다고 한다.
24일 오전에 병원에서 주사를 맞았으니 25일 밤에 배란이 되는 것이다. 숙제는 24일 밤과 26일 아침, 두 번 시도해 보라고 하셨다. 26일은 토요일이었지만 회사일 때문에 25일 금요일 밤에 대신 하기로 했다. 주사 맞기 전 날인 23일 밤에도 숙제를 내주셔서 하고 왔던터라, 결과적으로 23일, 24일, 25일 3일을 연달아 해야했다.
연애 초반도 아니고 단지 생식(?)을 위해서 3일 내내 숙제를 해야 한다니. 솔직히 자신 없었지만 개미씨는 그래, 해보자, 하면서 적극 협조해주었다. 나나 개미씨나 전혀 기분이 나지 않는, 억지로 하는 숙제였다. 그래도 시도해봐야지, 약도 먹고 내 배에 내 손으로 주사도 놓고, 나팔관조영술까지 했는데, 적어도 이번 한달은 노력해야지, 하면서 꾸역꾸역, 하란대로 하기는 했다.
그리고 오늘, 배란주사 맞은지 열흘,
난포터지는 주사의 영향으로 나왔던 테스트기의 두 줄이 점점 연해져만 간다.
난포 주사 맞은 날, 초음파상 나의 오른쪽 난소에는 미처 2cm가 되지 못하는 비슷한 크기의 난포 두 개가 겹쳐 있었다. 자궁 내막은 겨우 0.5cm. 1cm에 가깝게 두꺼워져야 수정란이 편안하게 착상한다고 하니 좀 얇은 두께다. 난포 크기나 내막 두께나 좋은 편이 아니라 의사 선생님도 이번에 안되면 다음달에 인공수정을 해보자고 하셨기 때문에 사실 기대를 하지 않았어야 맞다. 그런데 어디 사람 마음이 그럴까.
처음으로 용기를 내 병원에 가고, 익숙지 않은 약과 시술과 주사를 견딘 그 수고들과 그 기다림에 기대는 나도 모르게 하루하루 커져만 갔다. 어제보다 옅어져만 가는 테스트기를 보고 있으니 속이 상한다. 나에겐 언제나, 실망을 주는 결과만이 있을 것같다.
나같은게 임신할 수 있을까. 나 따위가.
내 마음 속의 또다른 내가 말하는 소리가 들린다. 점점 자신감은 없어지고, 매달 생리 때마다 유산을 반복하는 기분이다. 이제 곧 또 생리가 오겠지. 그저 멍하니 기다릴 수밖에 없고, 그러다 결국 늘 실망하는 패턴의 반복. 이거 꽤 지치는 일이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