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8일
이번 달도 시험에 떨어졌다.
왜 떨어졌는지, 무슨 과목을 몇 개 틀렸는지는 알 수 없다. 그저 합격여부만 간단히 통보받을 뿐. 오답노트를 만들고 싶어도 뭐가 틀렸는지를 모르니 그럴 수가 없다. 시험에 나올지도, 안 나올지도 모르는 모든 범위를 공부하는 수밖에. 선생님을 바꾸고, 매달 하나씩 새로운 과목을 추가해보지만, 결과는 늘 좋지 않다.
이번 달은 그래도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이 정도 난이도에서도 붙지 못한다면 난 아예 가망이 없는 게 아닐까. 나보다 늦게 공부를 시작한 사람들이 하나 둘, 합격증을 손에 넣었다. 어떤 사람은 한 번에 덜컥 붙어서 본인이 더 얼떨떨해했다. 너무나 뜻밖이라 곤란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래도 기쁘겠지. 합격은 좋은 일이니까.
아무도 나에게 합격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먹고사는 일과 관계도 없고 그냥 내 만족으로 치르는 매달의 시험이다. 사실 내 합격을 바라는 건 오로지 나 혼자뿐인 것 같다. 다들 그저 웃으며 언젠가는 붙겠지, 한다. 맞아, 언젠가는 붙겠지. 나도 내가 영원히 떨어질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 그렇지만 날 힘들게 하는 건 지금을 견디는 일이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 여기, 시험에 떨어진 불합격의 세계에 속해 있으니까. 오늘 하루, 지금 내가 지나는 일분일초가 불합격의 세상이고, 나는 그 세상을 멈추지 않고 건너야 하니까. 저 너머에 희망이 있다고 해서 지금의 불행이 없는 것이 되는 건 아니다. 나는 얼마나 더 오래, 막연한 희망을 기대하며 이 길을 따라가야 할까. 차라리 포기하고 싶지만 막상 그럴 용기도 없다.
문득문득 슬픔, 이라는 감정에 사로잡힌다. 나는 그런 걸로 슬퍼하지 않는 쿨한 사람이 되고 싶다. 자꾸만 도망가려는 멘탈을 붙잡고.
다시 공부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