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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비 Oct 03. 2020

해보자, 인공수정

2019년 4월 16일의 일기


열흘 전, 4월의 생리가 시작되었다.


손흥민을 보고 심기일전한 3월 말 주기도 아쉽게 끝이 났다. 뭐, 출장 일정과 겹치는 바람에 기회가 단 하루뿐이기는 했다. 그래도 고전 연속극처럼 한 번의 숙제로도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역시나 보기 좋게 실패했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그 사람들은 참 재주도 좋다.



또다시 시작된 생리에 발걸음도 무겁게 방문한 병원— 선생님이 이번 달은 어떻게 하실래요, 물으시기에 어떻게 할까요, 되물었다. 나로서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매 달인걸요.


선생님께서는 어차피 확률 싸움이니 자임보다는 시술이 아무래도 확률이 높을 거라 하셨다. 작년 유산 이후 일 년이 다 되어가니 사실 자임 시도는 할 만큼 한 거라고. 그렇다고 시험관을 바로 할 정도로 수치가 나쁜 것도 아니니 인공수정을 3차까지 진행해 보자고. 보통 인공은 3번 정도가 최대라는데 나 정도면 3차 다 해봐도 된다고. 선뜻 대답을 못하고 머뭇거리니, 시술이 꺼려지는 이유가 있으세요?라고 물으신다.

꺼려질 이유는 없다. 그저 우리의 힘만으로 도저히 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일 뿐. 결국 우리 둘만으로는 해내지 못했구나, 하는 아쉬움. 하지만 이제 이런 마음은 잠시 접어두기로 하자.

아뇨, 그런 건 전혀 없어요. 해볼게요, 인공수정.




인공수정은 자임을 위한 과배란보다 약간 더 적극적인 처방을 한다. 자임을 시도할 때에는 페마라 두 알을 5일간 먹는 것만으로 난포를 한 개나 많아야 두 개 정도를 자라게 하는데, 인공수정은 여기에 주사가 추가되어 더 많은 수의 난포가 자라도록 난소를 자극한다. 처음 산부인과에서 클로미펜을 먹고도 난포가 전혀 자라지 않았을 때, 폴리트롭이라는 주사를 처방받아 난포 두 개를 억지로 키운 적이 있었다. 아무래도 먹는 약보다는 주사의 힘이 강력한 것 같다. 이번에 처방받은 주사는 고나도핀 75IU. 처음 시술이니 가장 작은 용량에서 시작한다고 했다.

인공수정용 과배란 스케쥴


페마라와 주사를 5일 간 때맞춰 먹고 맞은 일주일 뒤, 난포가 얼마나 컸을지 중간 점검을 위해 병원에 들렀다. 언제나 긴장되는 배란 초음파. 마치 선생님에게 숙제 검사를 맡는 기분이다. 초음파를 보는데 선생님이 배가 빵빵하셨겠는데요, 하신다. 오른쪽에 잘 자라고 있는 난포 네 개와 왼쪽에 1개가 보인다고 하셨다. 4월 20일 토요일로 시술 날짜가 잡혔다.


한 가지 걱정이 있다면, 4일 전 개미씨가 그토록 미루던 치루 수술을 해버린 것이었다...!! 개미씨가 이 지병을 갖고 지낸지가 꽤 오래되어 시간이 날 때 꼭 하긴 해야 하는 수술이었는데  수술에 대한 공포 때문에 병원 상담을 미루고 미루다 지난주 나의 성화에 못이겨 방문한 병원에서 덜컥 그 주 금요일인 4월 12일에 바로 수술 가능하다고 한 것이다. 임신도 중요하지만 이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라 생각해서 알겠다고 전화를 끊고, 바로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봤다. 다행히 남자의 경우 수술받는 게 인공수정에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고 해서, 더 미루지 않고 수술을 받게 되었다.


오늘 선생님께 직접 여쭤봐도 신랑의 수술이나 항생제 복용 같은 것은 전혀 문제 될 게 없고 본인의 컨디션 상 배출(!)만 가능하면 된다고 하셨다. 다행이긴 하지만 20일이면 겨우 수술 8일 후인데, 가능할까.. 엉덩이 수술이라 앉아 있는 것도 힘이 들텐데....;; 어쩐지 이번 달은 개미씨에게나 나에게나 힘든 주기가 될 것 같은 느낌이다.


Melbourne,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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