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11일 & 15일의 일기
첫 초음파 보는 날— 기대를 많이 하고 갔다.
테스트기 진하기도 진해진 지 오래고 왠지 잘 보여야 할 것만 같았다. 같은 이유로 만약 오늘 잘 안 보이면 큰일이다 싶은 생각도 들었다. 긴장된 마음으로 진료의자에 앉아 선생님의 설명을 기다렸다.
그러나 바로 보이지는 않았는지 여기저기 뒤적뒤적하시는 선생님. 말씀이 없으시다. 한참을 보시다, 화면을 내 쪽으로 돌려 보여주시며 이쪽에 아기집으로 추정되는 것이 보이기는 하는데 아직 너무 조그마해서 딱 맞다고 확신하긴 이른 것 같다 하셨다. 어쩌면 물고임일 수 있다고.
그리고 위치마저 자궁 중앙이 아닌, 초음파 렌즈 각도를 틀어야만 보이는 오른쪽 구석에 위치해 있다고 했다. 이게 다시 중앙 쪽으로 자리를 잘 잡는지 계속해서 봐야 한다고, 다음 주에 한번 더 오라신다. 보통은 중앙으로 와서 다시 자리를 잡지만 만에 하나 그렇지 못한 경우,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씀과 함께.
진료 후 간호사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피검 수치는 3,670. 보통 1,500 이상이면 아기집이 보이는 수치라는데 3,670이면 그 두 배도 넘는데 아기집이 이렇게 작아도 되나? 또 아기집이 또렷하게 보여야 좋다는데 나는 흐릿흐릿한 색에 모양도 동그랗지 않았다.
하.. 기운이 쭉 빠졌다.
위치며, 크기며 하나하나 다 찜찜하고 의문스럽다. 시기에 맞게 딱딱 진행되어도 불안한 게 임신인데, 이렇게 물음표가 많이 생길수록 예후가 좋지 않은 것 같아 불안하다. 이번엔 쉬울 거라 생각했는데.. 하나 쉬운 게 없다.
4일 뒤, 아기집 위치 때문에 다시 병원을 찾았다
아기집은 여전히 오른쪽 구석에 숨어있었다. 선생님 말씀으론 위치가 지난번보다 나빠지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자궁각임신.
선생님께서 이 단어를 꺼내셨다. 요즘 나도 틈만 나면 검색해보던 단어다. 자궁각임신이란 수정란이 나팔관과 가까운 자궁의 구석(자궁각)에 착상이 되는 것을 말한다. 이 것이 자궁 안쪽으로 자라면 정상 임신이 되고, 나팔관 쪽을 향해 자라면 임신을 유지할 수 없다. 임신 초기에 자궁각임신의 판단은 애매해서 섣불리 임심을 종결시켜 버릴 수도 없고, 그러다 판단이 늦어져 자궁이 파열되는 응급상황이 되기도 한다고 한다. 아기집이 잘 내려오는지 초음파를 가능한 자주 보는 수밖에 없다고. 위치에 변함이 없으면 정확한 판단과 조치를 위해 대학병원으로 전원하게 될 거라 하신다. 암담한 이야기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기집이 조금씩 자라주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진료 때에는 너무 작아 크기를 재어주지도 않으셨는데 오늘 아기집은 1cm에 가까웠다. 위치도 위치지만 자라지 않을까 봐, 나는 그게 더 겁이 났다. 작년 기억 때문이다. 당시 임신 확인한 지 겨우 며칠 후, 피가 비치는 바람에 다시 병원에 방문했는데 아기집이 지난 초음파 진료에 비해 많이 자라 있지 않았었다. 당시엔 잘 몰랐지만 지금 와 생각해보니 그것이 유산의 징조였다. 더구나 하혈도 조금씩 있었으니까.
이번엔 피가 보이지는 않는다. 화장실 갈 때마다 긴장된 마음으로 속옷을 확인하는데, 정말 조금의 출혈도 없다. 위치가 위험하다는 소리를 듣고도 내가 무너지지 않고 조금이나마 희망을 갖고 있는 이유가 이것이다.
불안한 아기집에 우리는 소니라는 태명을 지어주었다. 배아에게 이름을 붙일 만큼 상황이 아주 좋다고 볼 순 없지만, 그렇기에 더 소니라고 불러주고 싶었다. 잠깐 스치기만 했을 뿐인데도 또렷이 느껴졌던 손선수의 그 건강하고 에너지 넘치는 기운을 받아 부디 너도 튼튼히 자라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소니야, 아가야,
우리가 너의 심장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