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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비 Oct 19. 2020

소니와 헤어지기

2019년 5월 24일의 일기

소파 수술을 했다.



10분 정도 걸리는 간단한 수술이라 들어서 무섭거나 그런 건 없었다. 더구나 수면 마취라고 해서 위내시경 정도일까 생각했다. 인공수정받을 때와 같은 장소, 같은 침대에 한 달 만에 다시 누웠다. 기분이 이상했다. 전체 탈의하고 가운만 입은 채로 누워 있으면 간호사 선생님이 오셔서 손등에 수액주사를 꽂아주고 과거 병력에 대한 간단한 문진을 하신다. 이후엔 수술 준비가 완료될 때까지 누워서 기다리면 된다.


마침내 이름이 불리고, 내 발로 대기 침대 바로 옆 수술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진료 의자에 다리를 올려놓고 앉으니 의자가 뒤로 젖혀져 침대 위에 눕혀진 자세가 되었다. 간호사 선생님이 나의 사지를 벨크로 밴드로 고정시키셨을 땐 조금 무섭기는 했다. 수술하기 전에 수술이 꼭 필요한지 초음파를 마지막으로 볼 줄 알았는데 그런 과정은 없었다. 곧 나의 진료를 봐주시는 의사선생님이 수술복 차림으로 입실하셨고, 나의 몸속에 초음파 기계가 들어감과 동시에 수면마취제가 주입되어 바로 정신을 잃었다.




눈을 떴을 때, 나는 다시 아까의 대기 침대 위였다.


어떻게 여기에 다시 왔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손가락에 클립으로 끼워진 맥박측정기가 뚜뚜 소리를 내고 있었고, 배에서는 엄청난 수축통이 느껴졌다. 누군가 뱃속에서 나의 자궁을 억지로 잡아 뜯는 것 같았다. 이 통증 때문에 마취에서 깨어난 걸까. 생리통과는 비교도 안되게 아파서 마치 대변이 나올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화장실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진짜 배변감이 아니라 자궁 통증이 심해서 장 쪽까지 자극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다행히 간호사 선생님이 내 신음 섞인 뒤척임을 듣고 오셔서 진통제를 놔주셨다. 약효가 드는데 10-15분 정도 걸릴 거라 하셨다. 미리 좀 놔주시지.. 고통이 있으면 시간이 일초 일초 점을 찍듯 천천히 지난다. 느낌상 한참이 지나도 수축통이 그대로라 이거 약발이 안 드는 거 아니야, 생각하던 중 통증이 점점 사라졌는지 나도 모르게 까무룩 잠이 들었고, 두 번째 수액을 다 맞아갈 때쯤 다시 눈을 떴다.


시간을 보니 어느새 11시 반이다. 10시쯤 수술실로 들어갔으니 한 시간 반 정도 지나있었다. 마지막으로 4층에서 선생님과 진료를 봤다. 나의 예상대로 대부분은 이미 배출이 된 상태였다고 한다. 어제의 통증과 하혈에 내부 조직이 많이 떨어져 나온 것 같았다. 수술보다는 자연배출이 몸에 더 좋다고 하니 다행인 걸까. 그렇다고 수술을 안 한 건 아니니 의미 없는 걸까.


아기집이 구석에 있었기 때문에 안쪽에 잔여물이 있어 최대한 내벽에 자극 없이 제거하고, 나머지는 싸이토텍을 3일간 복용하면서 배출하는 걸로 했다. 내일 수술부위를 소독해야 하는데 가까운 산부인과를 가도 된다고 했지만 그냥 여기로 오겠다고 했다. 다른 산부인과에 가서 사정 설명하는 것도, 임산부들과 마주치는 것도 싫어서.




다행인지 눈물이 나거나 그런 건 없었다. 수술하면서 우는 사람들도 많다던데 난 괜찮았다. 두 번째라 더 힘들 줄 알았는데, 오히려 한 번 겪어봤다고 좀 더 나은 것 같기도 했다. 하, 익숙해질 게 따로 있지... 아무튼 그것보다 통증이 생각보다 심해서 놀랐다. 이렇게 아플 거라 생각 못했는데 수술은 수술이구나 싶다. 개미씨는 회사에 급한 일이 있어 오후에 출근하고 나는 하루 종일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어젯밤에 수술 앞두고 괜히 잠이 안와서 4시까지 다른 사람 블로그를 읽다 겨우 잠들었더니 피곤하고 잠이 왔다.



이렇게 아무것도 안하는게 너무 좋다.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배에 손을 올려 보았다.

이제 여기에 소니는 없다.

소니야, 잘가.

너무너무 미안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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