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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장애의 고통을 박제한 노래

'Sweetheart, What Have You Done to Us'

by 조하나


불안 장애의 고통을 박제한 노래

Keaton Henson 'Sweetheart, What Have You Done to Us'



키튼 헨슨(Keaton Henson)은 현대 음악계에서 가장 역설적인 존재 중 하나이다. 그는 극심한 무대 공포증과 불안 장애로 인해 투어를 거의 하지 않으며, 언론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은둔형' 아티스트로 유명하다. 이러한 그의 성향은 홍보가 필수적인 이 시대에 치명적인 약점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그의 음악을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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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앨범 <Birthdays>에 수록된 'Sweetheart, What Have You Done to Us'는 이러한 그의 내밀한 고통이 어떻게 가장 순수하고 파괴적인 예술로 승화되는지 증명하는, 그의 디스코그래피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잔인한 곡이다.


곡은 지극히 미니멀한 편곡으로 시작한다. 섬세하게 아르페지오를 뜯는 기타 위로, 헨슨의 목소리는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연약하게 속삭인다. "Sweetheart, what have you done to us?"(자기야, 우리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라는 절규에 가까운 질문은 곡 전체를 지배한다.


이 곡은 아름다운 사랑 노래가 아니다. 오히려 사랑이라는 감정이 어떻게 두 사람을 동시에 파괴하고 망가뜨리는지에 대한 참혹한 기록이다. 2절에 이르러 점진적으로 고조되는 스트링과 드럼 사운드는 그의 내면에서 억눌려 있던 불안과 슬픔, 분노가 마침내 폭발하는 순간을 청각적으로 구현한다.





이 곡의 본질은 뮤직비디오를 통해 완성된다. 영상은 어떤 화려한 연출도 없이, 바닷가를 배경으로 우두커니 서 있는 헨슨의 모습을 담는다. 이것은 연기가 아니다. 극심한 불안 장애를 가진 그가 카메라 렌즈, 즉 '관객'의 시선을 견뎌내는 과정 그 자체이다. 그는 초조하게 눈을 굴리고, 고통스럽게 입술을 깨물며,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위태롭게 노래를 이어간다. 그리고 마침내, 곡의 감정이 최고조에 달하는 순간, 그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카메라 앵글 밖으로 뛰쳐나가 버린다.


헨슨이 사라진 후, 카메라는 당황한 듯 흔들리며 초점을 잃고, 그가 서 있던 공간만을 비춘다. 뮤직비디오라는 '퍼포먼스'가 완벽하게 실패하는 순간이다. 하지만 이 실패야말로 가장 완벽한 예술적 표현이 된다. 관계의 파멸 앞에서 고통받고 무너지는 곡의 화자는, 카메라 앞에서 공황 상태에 빠져 도망쳐버린 아티스트 본인의 모습과 정확히 겹쳐진다.


그는 자신의 가장 큰 취약점인 '불안'을 숨기지 않고, 그것이 자신을 집어삼키는 순간 자체를 박제하여 곡의 주제와 완벽하게 일치시켰다. 이 지독한 진정성, 연약함을 무기로 승화시킨 이 역설이야말로 헨슨을 예술가로 만든다.






Sweetheart, what have you done to us?

자기야, 우리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I turned my back and you turned to dust

내가 잠시 돌아선 사이 넌 재가 되어 사라져 버렸네


What have you done?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And oh please just come here, don't fight with me

제발 그냥 이리 와, 나랑 싸우려 하지 마


I think you may have broken me, will you admit? Oh oh

네가 날 망가뜨린 것 같은데, 인정할래?


If all you wanted was songs for you

네가 원했던 게 오직 널 위한 노래였다면


Here goes, after all that you put me through

여기 있어, 네가 나에게 이 모든 고통을 안겨준 후에


Here's one for you

널 위한 노래 한 곡이야


And don't call me lover

그리고 날 연인이라 부르지 마


It's not enough

그걸론 부족해


It's got to be tough, cynical stuff

이건 더 거칠고, 냉소적인 무언가여야 해


Follow my words to the end of our love

우리 사랑의 끝을 향해 가는 내 말을 따라와


And God you were the one who told me not to be so English

젠장, 그렇게 영국인처럼 감정을 숨기지 말라고 말한 건 너였잖아


Sweetheart, what have you done to our love?

자기야, 우리 사랑에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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