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랑의 세계, 이재명 대통령과 대한민국 국민의 외교술
외교는 '총성 없는 전쟁'이자, 가능성의 예술이다. 하수(下手)는 소리를 지르고 칼을 휘두르지만, 고수(高手)는 웃으며 정곡을 찌르고 흐름을 바꾼다.
2026년 1월 7일, 오늘로써 마무리되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빈 방중 성과는 단순한 양국 관계의 복원을 넘어, 격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좌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이번 방중은 그야말로 '살얼음판' 위에서 시작되었다. 불과 10년 전인 2016년, 우리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이 가한 가혹한 보복을 기억한다. 당시 중국은 '한한령'을 발동해 K-콘텐츠의 대륙 진입을 막았고, 롯데마트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서 철수해야 했으며, 유커(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은 뚝 끊겼다. "대국(중국)을 따르라"는 식의 강압적 태도, 이른바 '전랑(戰狼·늑대 전사) 외교'의 민낯이었다. 그로부터 10년, 앙금은 여전하고 미·중 패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 2026년의 상황에서 이 대통령의 중국행은 자칫 굴욕 외교가 될 수도, 혹은 빈손 외교가 될 수도 있는 위험한 도박이었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정공법 대신, 특유의 '실사구시' 화법으로 국면을 전환했다. 경주 APEC에서 시진핑 주석이 선물한 '샤오미 폰'을 들고 간 이재명 대통령은 시 주석 내외와 셀카를 찍어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렸다. 게시물의 첫 문장은 "화질은 확실하쥬?".
시진핑 주석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선물 '샤오미 15 울트라'는 겉은 중국 브랜드이고 렌즈 튜닝은 독일 라이카이지만, 정작 이 스마트폰의 '눈'과 '얼굴'을 담당하는 핵심 부품은 한국 기술이다. 실제로 샤오미가 자랑하는 압도적인 2억 화소 망원 카메라는 삼성전자의 아이소셀 센서가, 그 사진을 띄우는 선명한 화면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책임지고 있다.
시 주석은 자국의 완제품을 선물하며 기술을 자랑하고 싶었겠지만, 이 대통령은 "화질이 좋다"는 말로 그 속에 박힌 한국 기술의 심장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상대의 체면을 세워주며, 실상은 "이 폰의 핵심은 코리아"임을 넌지시 과시한 셈이다. 부드러운 웃음 뒤에 단단한 기술 자부심을 숨긴, 그야말로 '고단수 실용 외교'의 한 장면이다. 셀카 아이디어는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낸 것이라고 강유정 대변인이 밝혔다.
또한 이재명 대통령은 상하이에서 미래 주석이 될 확률이 가장 높다는 천지닝 당서기와의 만남에서 "대한민국이 봄철만 되면 미세먼지 때문에 고생했는데, 요즘은 거의 문제가 안 될 정도라 고민을 덜었다"며 "알고 보니 시장님(당서기)이 하신 역할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됐다. 실력이 뛰어나시다"라고 발언했다.
그동안 중국 환경 당국과 외교부는 한국의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 줄곧 "한국 내 요인과 기상 조건 탓"이라며 '중국 책임론'을 강력히 부인해 왔다. 그런데 이 대통령이 웃으며 '니들이 이렇게 미세먼지 처리 잘하니 우리가 요즘 너무 좋다! 네가 한 거라며? 최고!!!'라고 당서기를 치켜세운 것이다. 그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가시방석'이다. 이 칭찬을 덥석 받으면 중국이 그동안 미세먼지의 원인이었다는 걸 시인하는 꼴이다. '저 사람 나 담그려는 건가?' 상하이 당서기가 식은땀 좀 흘렸을 듯하다.
이는 감정적 대응보다는 철저히 계산된 '이익의 언어'로 상대의 방어막을 뚫어낸 것이다.
이러한 이 대통령의 유연한 행보는, 같은 시기에 전개되고 있는 중·일 관계의 파열음과 대비되어 더욱 극적으로 다가온다. 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취임 직후부터 "대만 유사는 곧 일본 유사"라며 중국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고, 이에 격분한 중국은 이 대통령의 방중 기간에 맞춰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 통제'라는 경제 보복 카드를 꺼내 들었다. 베이징의 공기가 서울을 향해서는 '훈풍'이었으나, 도쿄를 향해서는 살을 에는 '삭풍'이었던 셈이다.
중국이 한국에는 유화 제스처를, 일본에는 강경책을 구사하는 이 이중적인 태도는 역설적으로 한국의 지정학적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방증한다. 이 대통령은 미·일 동맹의 하위 파트너로 고착화되는 길을 거부하고, 중국과의 전략적 소통 공간을 열어둠으로써 미·중·일 삼각파도 속에서 독자적인 '완충지대'를 확보했다.
이번 방중의 백미이자, 향후 한국 외교의 청사진은 그가 언급한 '벽란도'에 함축되어 있다. 이 대통령은 과거 수직적이었던 '조선-명'의 관계가 아니라, 실리를 주고받았던 '고려-송'의 시대를 소환했다. 벽란도는 고려의 국제 무역항으로, 송나라뿐만 아니라 거란, 여진, 심지어 아라비아 상인들까지 드나들던 개방과 번영의 상징이다. 이는 미·중 패권 전쟁과 러시아의 위협, 북한의 도발이 얽히고설킨 복합 위기 속에서 한국이 생존을 넘어 번영하기 위한 해법이 '진영 논리'가 아닌 '융합과 연결'에 있음을 천명한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그리는 미래 전략은 명확해 보인다. 미국과는 안보 동맹을 굳건히 하되, 중국·러시아와는 경제와 미래 비전을 공유하는 '국익 중심의 균형 외교'다.
특히 '벽란도 구상'은 북한 문제를 푸는 새로운 열쇠가 될 수 있다. 제재와 압박만으로는 북한의 핵 고도화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지난 수십 년간 입증되었다. 중국과의 경제적, 외교적 공조를 통해 북한을 개방의 장으로 끌어내고, 남북을 잇는 철도와 가스관이 중국과 러시아, 유라시아 대륙으로 뻗어나가는 '북방 경제'의 길을 다시금 모색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일본과 중국이 대만 문제로 으르렁거리고, 미국과 러시아가 각을 세우는 신냉전의 구도 속에서, 한국이 '동북아의 평화 조정자'이자 '물류와 기술의 허브'로 기능하겠다는 야심 찬 포석이다.
물론 낙관은 금물이다. 중국은 언제든 웃는 얼굴을 거두고 다시 사드의 악몽을 재현할 수 있으며, 미국의 견제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바람이 불지 않으면 노를 저어라"는 말처럼, 이재명 대통령은 국제 정세라는 거친 바람에 휩쓸리지 않고 '국익'이라는 노를 저어 앞으로 나아가는 길을 택했다.
샤오미 폰 속에 숨은 한국의 기술을 짚어내고, 미세먼지 덕담으로 책임을 묻고, 벽란도의 깃발을 세워 대등한 파트너십을 요구한 그의 모습. 2016년의 무력감을 딛고 일어선 대한민국 외교의 성장이자,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눈치만 보던 '새우'가 아닌, 거친 파도를 헤치고 무리를 이끄는 '돌고래'가 되겠다는 선언이다.
우리는 이번 방중을 통해 분명히 확인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술은 단지 한 정치인의 개인기가 아니다. 그것은 수천 년 역사의 시련 속에서 단련된 대한민국의 외교술이며, 위기 때마다 길을 찾아낸 우리 국민의 외교술이다. 2026년 1월, 베이징에서 쏘아 올린 이 실용의 신호탄이 국민의 자부심을 넘어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와 번영이라는 결실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