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이민자'라는 인간 방패와 설계된 혐오의 덫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ICE(이민세관단속국)의 이민자 억압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그 어떤 외부의 도움 없이 미니애폴리스 시민들은 무장한 ICE 요원들에게 눈을 뭉쳐 던지며 맞서고 있다. ICE는 최근 자폐성 장애를 앓고 있는 여성을 차에서 끌어내 사지를 붙들고 짐승처럼 연행했고, 5살짜리 아이를 구금했다. 아이를 미끼 삼아 유색인종 부모를 사냥하기 위함이다.
LA 근교에 산다는 어느 백인 여성이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렸다. 아시안 이민자가 다수 거주하는 자신의 동네에 ICE 요원들이 출몰할까 불안하다는 불평이었다. 텍스트 너머로 전해지는 공포는 활자보다 차갑고, 그 밑에 달린 댓글들의 혐오는 겨울바람보다 날카롭다. 그리고 거기에 달린 한 아시안의 자조적인 댓글은 지금 미국이라는 거대한 제국이 붕괴하며 내는 파열음을 가장 적나라하게 들려준다.
"당장은 아닐지 몰라도, 결국엔 닥칠 일이다. 너무 많은 아시안이 '착하고 말 잘 듣는 모범 이민자' 노릇을 하며 그들만의 리그(백인 주류 사회)에 끼어 달라고 애원하지만, 그들은 백인과 라티노 등 다른 이민자 지역을 쑥대밭으로 만든 뒤 다음 타깃으로 아시안을 노릴 것이다."
이 주문은 마치 나치 독일 시절 마르틴 니묄러 목사가 쓴 시, '처음 그들이 왔을 때'의 2026년 미국판 변주곡처럼 들린다. 유대인이 잡혀갈 때 침묵했던 지식인이 결국 자신의 차례가 되었을 때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음을 깨달았던 그 비극적 회고록 말이다. 지금 미국 내 아시안 커뮤니티가 붙들고 있는 '모범 소수자'라는 타이틀은, 혐오의 칼날을 막아줄 강철 방패가 아니라 언젠가 산산조각 날 얄팍한 유리 방패에 불과함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처음에 그들이 공산주의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후 그들이 사회주의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사회주의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후 그들이 노동조합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후 그들이 유대인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후 그들이 가톨릭교도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가톨릭교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후 그들이 나를 덮쳤을 때,
나를 위해 말해 줄 이들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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