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점퍼를 입은 '윤어게인'

'패션 진보' 조국혁신당, 그리고 괴물과 싸우다 괴물이 된 김어준.

by 조하나


환희의 날, 찬물을 끼얹은 자들


2026년 1월 22일, 어제는 대한민국 시민들에게 있어 승리의 날이었다. 전광판에 찍힌 '코스피 5,000'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경제 지표가 아니었다. 그것은 이념 전쟁보다 먹고사는 문제, 즉 '먹사니즘'을 택한 이재명 정부의 실용주의가 옳았음을 증명하는 성적표였다. 하루 전 날, 사법부에서는 헌정 질서를 유린하고 12.3 내란에 가담했던 한덕수 전 총리에게 징역 23년이라는 중형을 선고했다. 경제적 번영과 사법적 정의가 동시에 실현된, 실로 시민이 승리한 날이었다.


우리는 이 성과를 만끽할 자격이 있다. 혼란스러웠던 정국을 수습하고 시스템을 정상화시킨 것은, 광장에서 응원봉을 들고 투표소에서 줄을 섰던 바로 우리 시민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완벽한 잔칫상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야당도, 검찰도 아닌 민주당 내부였다. 정청래 대표는 당원이나 최고위원들과의 숙의 과정도 없이 기습적으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을 제안했다.


지지율 3%. 국민으로부터 사실상 '해고 통보'를 받은 정당에 인공호흡기를 달아주려는 이 뜬금없는 시도는, 어렵게 미래로 나아가는 정국을 다시금 '조국 사태'라는 과거의 늪으로 끌어내리는 행위였다. 시민들은 당혹스러웠다. "도대체 왜? 지금 이 좋은 날에?"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아침, 이 납득할 수 없는 정치 공학을 옹호하기 위해 '빅 스피커'가 켜졌다. 방송인 김어준은 자신의 유튜브 방송 <뉴스공장>에서 최규석 작가의 웹툰 <송곳>에 나오는 명대사를 인용했다.


"서는 데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지는 거야."


그는 이 말을, 평의원일 때와 당대표일 때의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으니 정청래 대표의 합당 제안을 이해해야 한다는 논리로 사용했다. 나는 이 대목에서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아니, 모욕감을 느꼈다. 그 말은 그렇게 쓰여서는 안 되는 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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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된 인용, '송곳'의 비명


최규석 작가의 웹툰 <송곳>의 저 대사는 본래 노동 현장의 처절함을 담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노조에 우호적이던 기업이 왜 한국에만 오면 악덕 기업으로 변하는지 묻는 주인공에게, 노무사 구고신은 사람의 선악 문제가 아니라 '환경'과 '위치'가 인간을 지배하는 구조적 비극을 설명하며 저 말을 던진다. 즉, 이는 생존을 위해 비굴해질 수밖에 없는 약자들의 서글픈 통찰이자, 시스템에 대한 서늘한 비판이다.


그런데 김어준은 이를 거대 여당 대표의 정치적 변절과 말 바꾸기를 합리화하는 '갑(甲)의 면죄부'로 둔갑시켰다. "환경이 인간을 지배한다"는 비판적 명제를, "자리가 바뀌면 언행이 바뀌어도 된다"는 기득권의 처세술로 오염시킨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이현령비현령)" 식의 전형적인 궤변이다. 약자의 언어를 도둑질하여 강자의 논리를 방어하는 데 쓰는 것, 이것만큼 교활하고 잔인한 지적 기만은 없다. 그는 자신이 '진보'의 스피커라고 자부하지만, 그가 구사하는 논리의 구조는 그가 그토록 비판하던 기득권의 그것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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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과 조국, 그 기이한 심리적 공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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