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강한 한국인의 회복탄력성

상흔의 DNA가 빚어낸 새로운 주권

by 조하나



명분 없는 전쟁의 폐허에서 찾은 실용의 길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장기화되며 촉발된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전 세계를 초유의 에너지 비상사태로 몰아넣었다. 당장 중동 원유 의존도가 90%가 넘는 필리핀은 지난달 말 세계 최초로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비축유 고갈에 대비해 최악의 경우 항공기 운항 중단까지 검토하고 나섰다. 일본 역시 호르무즈 봉쇄의 후폭풍으로 나프타 등 기초 석유화학 제품 수급에 비상이 걸려 이를 경제안보상 중요물자로 긴급 지정하려 움직이고 있으며, 중국마저도 해협 봉쇄에 따른 원자재 공급난을 경계하며 일부 화학물질 수출 통제에 돌입하는 등 글로벌 공급망이 얼어붙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다.



그러나 이 어지러운 체스판 위에서 대한민국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작금의 글로벌 에너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지난 4월 7일부터 14일까지, 단독 특사 자격으로 중동 및 중앙아시아 순방길에 올랐다. 당초 3개국 일정이었으나 현지에서 카타르를 긴급하게 추가하며 카자흐스탄, 오만, 사우디아라비아까지 총 4개국을 도는 강행군을 펼쳤고, 오늘(4월 15일) 대국민 브리핑을 통해 그 구체적인 성과를 보고했다. 최근 강훈식 비서실장의 중동 순방 결과는 우리가 더 이상 강대국의 논리에 휘둘리는 종속적 존재가 아님을 증명한다.



jh_20260415_26_1.jpg





방산과 에너지, 생존을 위한 호혜적 맞교환



걸프국들이 한국의 원유 비축 기지를 이용하기 위해 줄을 서고, 연말까지 사용할 막대한 분량의 원유와 나프타를 우선 공급하기로 한 것은 결코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오늘 공식 브리핑을 통해 발표된 원유 약 2억 7,300만 배럴과 나프타 최대 210만 톤 확보라는 전례 없는 성과는 안보와 에너지를 맞교환한 정교한 실용 외교의 승리다. 이란의 위협 앞에 풍전등화의 처지인 중동 국가들에게 한국의 ‘천궁 2’ 미사일 방어 체계는 국가의 생존을 담보하는 유일한 방패가 되었다. 96%라는 압도적인 요격률을 증명한 한국의 기술력과 납기를 앞당겨 유도탄을 조기 제공하기로 한 정부의 과감한 결단은 산유국들의 굳건한 신뢰를 이끌어냈다.



그들은 전쟁의 불길이 닿지 않는 동북아시아의 안전한 금고, 즉 세계 최고 수준의 규모와 관리 능력을 자랑하는 울산과 여수의 한국석유공사(KNOC) 비축 기지에 자신들의 자산을 맡기고 싶다며 우리에게 '러브콜'을 하고 있다. 정부 또한 산유국들의 잇따른 협의 요청에 발맞춰 약 2,000만 배럴 규모의 비축 기지 확장을 추진하며 호혜적 제안을 완성했다. 산유국들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피해 아시아 시장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전략적 거점을 얻었고, 한국은 글로벌 에너지 대란 속에서도 비축된 물량을 가장 먼저 꺼내 쓸 수 있는 최우선 구매권을 보장받았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조하나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나를 위해 쓴 문장이 당신에게 가 닿기를|출간작가, 피처에디터, 문화탐험가, 그리고 국제 스쿠버다이빙 트레이너

2,853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26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90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