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그러진 교실, 닻을 내리지 않는 연대
빼앗긴 시간, 증발한 기회비용
2026년 1월 새해 벽두부터 4월 현재까지, 세계는 단 4개월 만에 개연성을 상실한 디스토피아 영화 같은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를 급습해 최고 권력자를 체포하며 사실상 석유 착취를 위한 식민지를 구축했고, 그린란드를 내놓으라는 억지스러운 요구가 거부당하자 유럽 전체에 관세 보복을 가하며 동맹의 근간을 뒤흔들었다. 급기야 전 세계 수입품에 10% 보편 관세를 발효해 글로벌 공급망을 마비시켰으며, 이란과의 불법적인 전쟁을 강행해 호르무즈 해협의 극단적 긴장을 초래했다. 이 모든 게 단 4개월도 안 돼 벌어졌다. 미국이라는 단 한 나라의 패권적 폭주가 전 지구적 질서를 파괴하고 모든 국가를 생존의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직시해야 할 지점은 이 야만적인 폭주가 인류에게 청구한 막대한 '기회비용'에 있다. 미국이 만든 에너지 위기와 무역 전쟁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이 쏟아붓는 천문학적인 자본과 행정력은 본래 인류 공동의 진보를 위해 쓰였어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탄소 중립 인프라 구축, 전 지구적 빈곤 퇴치, 그리고 인공지능 시대의 윤리적 가이드라인 마련 등 인류의 명운이 걸린 골든타임이 단지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를 방어하느라 허망하게 증발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가 치르고 있는 비용은 단순한 경제적 손실을 넘어, 인류가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었던 '가능성' 그 자체를 강탈당한 결과와 다름없다. 트럼프와 미국은 현재 전 인류, 특히 미래 세대인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인질로 잡아 자신의 사적 이득을 취하고 있다. 강대국의 칼춤에 전 세계 시민들의 일상이 저당 잡힌 현 상황은 명백한 국제적 범죄다.
지구 반대편 어느 산골짜기 작은 마을의 누군가는, 트럼프라는 이름조차 들어본 적 없음에도 불구하고 삶의 기반을 송두리째 잃어버렸다. 그 나라를 덮친 에너지 위기로 학교에 갈 교통편이 끊겼고, 당장 오늘 저녁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해 굶주림으로 밤을 지새워야 한다. 권력자가 휘두르는 탐욕의 칼날은 이렇게 이름도 모르는 무고한 이들의 일상을 가장 먼저 도려낸다.
각국 정부가 자국 경제의 붕괴를 막기 위해 비상 체제에 돌입하고 국방비와 에너지 보조금을 증액하는 사이, 가장 취약한 계층의 복지와 교육에 쓰여야 할 예산은 소리 없이 사라졌다. 전 인류가 공유해야 할 미래의 에너지를 특정 국가의 탐욕을 수습하는 데 소진하고 있는 이 비극적인 소모전이야말로, 우리가 미국에 가장 매섭게 책임을 물어야 할 대목이다.
우상이 된 권력, 침묵하는 아이들
현재의 국제사회는 이문열의 소설이자 박종원 감독의 영화로도 잘 알려진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속 교실의 완벽한 확장판과 같다. 이 작품은 시골 초등학교로 전학 온 한병태가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반장 엄석대의 독재 체제에 맞서다 결국 굴복하고 순응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엄석대는 물리적인 힘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약점을 잡고 얄팍한 이익을 배분하며 교실 내의 질서를 교묘하게 장악한다. 반 아이들은 부당함을 알면서도 엄석대가 제공하는 가짜 평화와 질서에 안주하며 그의 폭력을 묵인하거나 오히려 동조한다. 동맹이라는 얄팍한 보호막을 대가로 전 세계를 억압하는 미국의 패권주의는 엄석대의 교활한 폭력과 닮았다.
더욱 절망적인 현상은 대중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관심 경제'와 알고리즘의 횡포에 있다. 폭력과 전쟁에 반대하는 교황의 도덕적 질책마저 소셜 미디어의 자극적인 소음 속에 묻히고 만다. 심지어 미국 대통령은 자신을 예수에 빗댄 조악한 AI 이미지를 유포하며 권력을 신성화하는 기행마저 서슴지 않았다. 작품 속 엄석대가 교사의 신뢰를 등에 업고 자신의 부정행위를 정당화했듯, 현대의 권력자는 첨단 기술과 종교적 상징을 동원해 스스로를 우상화하며 대중의 눈을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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