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내게 왔을 때 비로소 난 살아야겠더라

- 여명 1년 선고받기 전

by 하나비

이제 곧 울릴 것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멍한 상태로 눈을 감고 있다가 울리는 알림 소리는 오히려 일어날까 말까를 생각하느라 어지러운 머릿속을 깨워주었다. 직장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인 자취방에서 이사 온 지 어느덧 6개월이 되었다. 이곳에서 직장을 가기 위해서는 더 일찍 일어나 준비해서 20분을 걸어 지하철에 도착해서 6개의 역을 지나야 한다. 나는 씻지도 않은 채 주섬주섬 널브러져 있는 방바닥 속에서 필요한 물건들만 주워 가방에 넣었다. 지갑, 휴대폰, 화장품, 스타킹, 구두, 수영복, 타월... 그렇게 버스를 타러 바로 나왔다.



초량동에 살 때에도 차이나타운이 가까워서 이른 아침의 풍경이 그리 아름 답지 많은 않았었지만 이곳은 더욱 지독했다. 부산에 서면은 보통 1번가와 2번가로 나뉘어 불리었는 데 내가 사는 곳은 1번가였다. 2번가는 보통 젊은 나잇대에 사람들이 많고 좀 더 분위기가 밝은 편에 속한다면 1번가는 대체로 연령대가 높고 회식을 많이 하는 식당과 횟집 노래방이 즐비한 곳이었다. 아침이면 분리수거쓰레기통은 형식일 뿐 이리저리 나뒹구는 쓰레기들과 누군가의 지난밤 과음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토물.. 그리고 분명 아침인데도 이 동네에 분위기는 어둡기만 한 사람들의 생기 없는 움직임.


나는 그 속에서 나와 큰 도로변이 나오면 그제야 숨이 쉬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버스를 타고 보는 부산은 참으로 다채롭다. 누군가는 시간을 내어 바다를 보러 가자는 게 일상이겠지만 이곳은 일반버스만 타는 것만으로도 쉬이 바닷바람을 맞이할 수 있었다.


부산역이 아닌 부산진역 근처에 있는 동구국민체육문예센터를 가기 위해 버스에서 내렸다. 2년 전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다 러닝머신에서 뛰던 중 마치 무릎이 분리되는 것만 같은 고통에 진료를 받았었다. 오른쪽 무릎 다리뼈가 멍이 들었고, 숨 쉬는 것 외에는 어떠한 운동도 하지 말라는 겁박 아닌 겁박에 그나마 나의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었던 것마저 사라졌었다.


아침수영수업을 받고 그곳에서 스타킹을 신고 간단한 화장을 한 후 회사까지 걸어서 이동했다. 오늘 하루도 수영을 빼먹지 않고 했다는 뿌듯함을 느끼며 부산국제영화고등학교를 지나간다. 영화고등학교는 어떤 곳일까. 관심도 없던 실업계 멀티미디어과 고등학교보단 더 흥미롭고 재미있었을 것 같다는 상상의 나래는 공장 같은 사무실에 앉으면서 끝이 났다. 요즘따라 나는 어딘가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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