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야릇한 말의 끝

by 하나

바람이 붑니다. 꽃들이 살랑대고 하늘 위 구름이 몽글몽글합니다. 쏟아지는 햇빛으로 온몸은 따스한데 얼굴을 스치는 바람결은 신선하기 그지없어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바람이, 햇빛이 나를 너무도 들뜨게 하여 커피를 사들고 당신에게 달려갔습니다.


"여보, 여보, 있잖아. 어제 주원이 낮잠 재우려고 같이 누웠는데. 막, 그 왜, 간질간질하게. 간질간질한 그 느낌. 햇빛은 따뜻하고 반짝반짝거리고 바람은 시원하게 불고 그런 느낌. 아, 좋다 이런 느낌. 그런 거......"


나의 말을 따라오는 당신의 얼굴빛은 알 것 같기도 하다 모르는 것 같기도 하고 갈피를 잡지 못했습니다. 그러더니 나의 말 끝을 듣고는 당신은 그만 빵 터져버렸습니다.


"아, 뭐라고 해야 할까? 어릴 적 느꼈던 것 같은 그런 기분인데, 느낌인데...... 모르겠어? 엉? 누워있는데 어릴 적 맡아본 향기가 나는 거 같고, 마음이 편안해지고. 그런 느낌. 아무튼 그런 생각하다 너무 좋아서 나도 꿀잠 잤어. 완전."


나의 그 말에 당신은 들고 있던 커피까지 흘릴 기세로 깔깔대며 웃었습니다. 요즘 참 방정맞게 웃는다. 싶은 생각이 들면서도 보기 좋습니다. 그러는 중에 나는 의아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당신의 웃음 포인트인지.


"말 끝이 왜 그래. 거창하게 뭘 얘기하는 거 같더니, 기승전 꿀잠 잤다. 큭큭큭큭"


당신이 다시 요란스럽게 웃습니다. 그러나 난. 아무리 생각해도 그 말의 끝은 '꿀잠 잤다' 밖에 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모두 안심되고 잘 될 것 같은 기분. 나를 다 내려놓게 만드는 어떤 힘. 일상의 긴장감마저 잊게 만드는 뜻밖의 선물. 이상야릇한 그 말의 끝이. 나에게는 최선이었습니다. 가끔은 말로도, 글로도 표현할 수 없는 굉장한 찰나들이 있습니다. 그러한 찰나를 만나게 되어 가슴이 벅찼습니다. 아직도 내가 그런 찰나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참으로 감사합니다.


'나는 살아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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