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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음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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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na Jan 10. 2020

마음에 열 개의 구슬이 있다면

마음을 떠올려보자.

누구나 본디 마음속에

열 개의 구슬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했을 때,

지금 내 마음에는 몇 개의 구슬이 남아있을까?


수많은 사람들이

내 삶의 언저리를 스쳐가거나

간혹 중심을 뚫고 가는 일이 생기면서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거나 미워하는 것은

모두 마음을 주고받는 일이라는 걸 알았다.

또한 한번 준 마음을 다시 돌려받을 수 없다는 것은

많이 아프고 나서야 얻은 또 다른 깨달음이다.


인연이 찾아오는 때는 제철이라는 것이 없다.

어떨 땐 그야말로

‘옷깃만 스쳤’음에도 인연이 되곤 하지만

누군가와는 입을 맞췄던 사이였을지라도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람으로 남는다.

인연을 알아보는 눈이 있어서

제때 마음을 내어주면 좋겠지만

그것은 오로지 신의 몫이기 때문에

인간은 매번 머리를 싸매고 궁리한다.

그래서 어떤 이는 마음을 아끼고 아끼다가

진정한 인연을 놓치기도 하고

어떤 이는 마구잡이로 내주었다가

텅텅 비어있는 마음을 발견하기도 하는 것이다.


유난히 추웠던 어느 저녁엔

내가 누군가에게 준 마음들은

모두 어디로 가버리는 것인지 궁금했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은

그것이 상대의 마음속에 자리 잡아

그 사람만의 색이 담긴 또 다른 구슬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정성스럽게 닦아 건넨 마음이어도

보관 장소가 쓰레기통일지, 보석함일지는

받는 사람의 선택이라는 것은

마음을 가진 존재를 아프게 한다.

이런 칼날 같은 진실 아래서

누군가는 날 사랑하지만

나는 그를 사랑하지 않거나

혹은 그 반대인 부조화가 생기므로,

‘나는 왜 하필 마음을 가진 존재인가?’ 같은

원초적인 물음표로 고뇌를 시작해

사랑의 존재를 비관하는 것으로 마침표를 찍으며

비극적인 믿음을 갖게 되는 이도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마음이 동나는 것이 두려워서

그 누구와도 마음을 주고받지 않으며

자신이 가진 열 개의 구슬을 지키는 방법을 택하지만,

돈이 많다고 무조건 행복한 것은 아니듯

마음도 움켜쥐고 있어야 웃을 일이 많아지는 건 아니다.

내 것이 나가고 새로운 누군가의 것이 채워질 때

우리는 우리가 맴도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마음을 너무 헤프게 쓰지도 말고

그렇다고 너무 내 것만 챙기지도 말자.

어차피 관 속에 들어갈 땐

누군가에게 줘버린 것을 찾을 수도 없고

내 것을 가지고 들어갈 수도 없다.

그저 숨이 멎는 순간까지

내 안에 내가 있다는 느낌,

그 느낌만 계속 간직할 수 있으면 된다.


누군가는 내가 건넨 마음을

쓰레기통에 넣어두겠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그것은 오히려

수없이 어질러진 타인의 마음들 속에서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내게 건넨 것들이

모두 내 마음속으로 들어와 내 것이 된다면

결국엔 마음을 건네주는 이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게 되거나

너무 많은 마음들을 신경 쓰느라

인생이라는 긴 여정을

가볍게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미 쓰레기통에 처박힌

내 마음을 다시 주워오려 애쓰지 말자.

차라리 누군가가 떨리는 손으로 건넨

정갈한 마음을 소중히 간직함으로써

빈자리를 채우는 것이 좋다.

다만 너무 헤프게도 말고

그렇다고 너무 내 것만 챙기지도 않으며

내 안에 내가 있다는 느낌,

그 느낌을 계속 간직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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