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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na Feb 06. 2020

생애 가장 잔인한 복수

암사자를 빼앗긴 수사자는 또 다른 암사자 물색에 나섰다 새로운 암사자는 뺨을 맞는다 한 대는 무한대로 수렴하고


아파트는 보일러실을 고양이에게 빼앗겼다 완벽한 혼자가 되기 위하여 그러나 완벽한 함께이기 위하여 콘크리트 벽을 손톱으로 긁는다 벽에서 벗겨진 부스러기를 물 없이 삼킨다 부스러기는 아파트를 부스러기로 만들고


혀를 빼앗긴 뱀은 더 이상 무료함을 달랠 수 없다 무료함을 참지 못한 헨젤과 그레텔을 위하여 무료함을 줄지어 놓는다 뱀은 무료함의 끝에 잠복하고 있었으므로 더 이상 무료하지 않으며


빨랫줄에 걸린 러닝셔츠는 남은 것이라곤 몸뚱이뿐이다 시장통에서 속옷을 팔다가 땀에 찌든 쌍욕으로 샤워를 한 노점상은 그것을 메리야스라 부른다 러닝셔츠는 아무것도 아니므로 어떤 이름으로 불리든 농담을 할 수 있다 몸뚱이를 제외한 모든 것을 쥐고 달아난 누군가는 과연 하루에 한 번이라도 배꼽이 똑 떨어지는 일이 있는가. 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춤추는 무녀처럼 바람결에 기도를 실어 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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