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대머리 선생의 대머리처럼 위아래가 없다
선생이 휘두르던 투명한 오십 센티미터 플라스틱 자는 시간에 비해 덜 투명하고 덜 민첩했다
나는 자로 손바닥을 맞다가 별안간 아이가 아닌 것이 되었다
시 속 행과 행 사이의
쾌적한 틈
노래가 끝나고 또 다른 노래가 재생되기 위해
부풀어 오르는 적막
앞만 보고 부패하는 요구르트를 거두고
홀쭉해진 우유 주머니
같은 것을 만날 때는 깊고 느린 숨을 쉴 수 있었다
아이 없이도 위아래가 있는
그러다가 문득 대머리 선생이 측은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