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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na Apr 16. 2020

봉지의 비행

무언가를 품기 전까지
나는 지나치게 매끄럽습니다

까만 얼굴
하얀 해피마트
못에 꿰인 정수리
거친 손으로 뜯기면
사과 몇 알
파 한 단
한 사람만을 위한 오렌지
가득 담은 네가 밉고


나는 또 말끔한 정수리를
올려다보는데

너덜거리는 끝을
엄마 심부름 온
살결 고운 소녀가 묶어주었으면
과분한 소원이 아니라면 
동그란 만두를 껴안고
추운 데서 오래 잤으면

하고 눈을 떴을 때
터진 정수리
새콤한 봄 공기

햇빛의 따뜻한 무게
아이의 웃음소리
가득한 가운데

어떤 것은 가득 품어도
늘어지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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