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ina Apr 16. 2020

봉지의 비행

무언가를 품기 전까지
나는 지나치게 매끄럽습니다

까만 얼굴
하얀 해피마트
못에 꿰인 정수리
거친 손으로 뜯기면
사과 몇 알
파 한 단
한 사람만을 위한 오렌지
가득 담은 네가 밉고


나는 또 말끔한 정수리를
올려다보는데

너덜거리는 끝을
엄마 심부름 온
살결 고운 소녀가 묶어주었으면
과분한 소원이 아니라면 
동그란 만두를 껴안고
추운 데서 오래 잤으면

하고 눈을 떴을 때
터진 정수리
새콤한 봄 공기

햇빛의 따뜻한 무게
아이의 웃음소리
가득한 가운데

어떤 것은 가득 품어도
늘어지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극(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