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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na Jan 12. 2019

비극적인 식사

먹고사는 일은 먹고 삶을 갉아먹는다


입을 한껏 벌리고
군침이 흘러내릴 때까지 들여다본다

사랑니는 아주 오래전부터 가장 깊숙한 곳에서
살아내면서 죽어가고 있었다

며칠째 찬 바닥에 앉아 죽음을 기다리는 비둘기처럼
나는 내다 버릴 옷가지들을 옷장에 얼마간 살려두었다

어금니를 부딪쳐 밥 씹는 시늉을 하며
아무것도 차지하지 못해 필요 없어진 허공의 끝은 어딜까 생각한다


필요한 것들은 닳아 없어질 때까지

몸뚱이를 부딪쳐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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