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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na Jan 12. 2019

종이로 만든 시

나는 고장 난 형광등처럼 적당히  줄을 모른다


싸구려 사탕처럼 현란하거나 퍼렇게 죽어있는 눈깔을 하고   없이 자기 얘기를 해대는 것들은 깜빡인다 열린 척하며  뒤로 슬며시 닫아두는 것들과 에라 모르겠다 하고 침을 뱉어버리는 것들과 위에서 턱을 괴고 지나가는 아이를 바라보는  눈과 더 이상 네가  눈동자와  시를 오랜 침묵 속에 녹여내지 않는 것과 견고한 문장을 읽으며 과거 속으로 부서지는 나는 깜빡인다


자꾸만 깜빡거리다가  종아리 한쪽이 사라지고 있어서 나는 삐까뻔쩍한 종이를 오렸다 종이 옷을 입히고 종이 신발을 신기고 종이 가방과 종이 핸드폰을 쥐어주고 종이 모자 종이 귀걸이 종이 시계까지 걸친다  멀리엔 도무지 적당히   모르는 수염 난 쥐새끼가 언제고  목덜미를  준비가 되어있다 개는 종이로 만들기에 너무 투명했다 불투명한 것들이 투명한 것들보다  가까이  뺨에 코를 대고 숨을 쉬었다

스으으흐으으

하고

투명한 것을 만질 수 있을 때까지 종이 옷을 오리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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