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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마름모 Sep 15. 2021

조용한 가을밤

화요일의 끝자락에서

요즘 한참 재택근무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새로 이직한 회사에서 우르르 쏟아지는 메신저와 새로운 협업 도구 같은 것들에 익숙해지느라 근무 도중에는 항상 애플 워치를 차고 있다. 계속되는 진동 때문에 오버 조금만 보태면 이제 애플 워치는 시계가 아니라 안마기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특히 오늘 오후에는 새로운 협업 메신저와 인수인계 문서들이 넘쳐서 정신이 쏙 빠졌다. 정신없어 죽겠는데 애플 워치는 내 사정을 아는지 계속 징징거렸다. 손목을 들어 알림을 확인하니 브런치였다. 작가님 글 60일 동안 안 쓰셨다고.. 빨리 쓰라고 그래서 밤에 잠깐 켜보았다.


오늘은 9월 14일. 어디 영화나 노래에 나올 것 같은 이상하게 로맨틱해 보이는 날짜다. 저런 노래 제목을 어디선가 봤던 것 같기도 하고.. 요즘 날씨가 매우 좋다. 여름도 아니고 가을도 아닌 것이, 많은 사람들이 참 좋아하는 날씨다. 어떤 날씨를 좋아하세요?라고 물었을 때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법한 무던하고 기분 좋은 날씨. 나는 어제 새로운 회사에 첫 출근을 했고, 격한 환영 인사와 어느 정도 따라오는 부담감을 등딱지처럼 붙이고 열심히 적응하려고 몸부림을 치고 있다. 새로운 환경에 가는 건 언제나 즐겁고 설렌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나도 나이가 차나 보다. 빠르게 납득하고 적응하려 노력하는 모습에 새삼 놀랐다. 저녁에는 수업을 듣는데, 재택근무인데도 퇴근 후 수업이 이렇게 힘들다. 내가 이걸 진짜 4년이나 할 수 있을까? 휴학은 불가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이렇게 말해놓고 결국 또 스트레이트로 졸업하는 내 모습이 벌써 그려진다. 대기업에 다녀보는 것은 처음이라 새롭고 신선하다. 규모는 대기업인데 사람들은 다 스타트업 같다. 신기하다. 역시 급성장한 기업답게 모두가 젊고 열정 넘친다. 내가 좋은 보탬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회사에 입사한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추석 보너스를 받게 되었다. 어제는 동생에게 선물로  갤럭시탭을 샀다. 재택근무할  편하게 앉을 의자도 샀다. 이번  금요일에는 친구를 만난다. 토요일에는 고향에 내려간다. 9월은 정말 바쁘고 정신없는 시기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채도가 낮은 생각들로 가득 차 조용한 가을밤이다.

오늘 내가 좋은 꿈을 꿨으면 좋겠다.


그리고 모두가 각자의 세상에서 자유로운 오늘 밤이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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