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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회전해서 하늘을 나는 비행기

넌 인생을 알아? 나도 내 인생을 잘 몰라!

by 하납날목

'프롤로그'

넌 인생을 알아?

나도 내 인생을 잘 몰라!





《열심히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라서》

때론 불확실에서 오는 암담함에 빠지기도 한다. 나도 내 미래를 알 수 없으니까. 그래서 열심히 살기로 했다. '열심히'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라서. 남의 눈에 띄진 않았지만 나름 고군분투하며 살았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주중엔 산학 장학생으로 배터리를 연결하는 교내 밴처기업에서 일했고, 주말엔 짬짬이 과외, 배스킨라빈스, 레스토랑, 피자집을 오갔다.


《기계공학이 취업이 잘된다면서요?》

전공은 잘 맞지 않아서 고생 좀 했다. 1학년 일반화학 전공기초 수업은 삼수강을 해도 C+이길래 에라~ 칵 퉤! 삼수강 만에 때려치웠다. 한 학기는 재수강으로 꽉꽉 채운 적도 있다. 그뿐만인가. 계절학기 수업 들으려고 학교에 항상 추가 돈을 납부하던 얘가 나였다. 다른 사람은 미친 사람으로 볼 수도 있었겠다. 도서실에서 공부를 잘못하는 게 속상해서 소리 없이 눈물 뚝뚝 흘리던 사람이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내가 선택한 길이었고, 재수는 안된다고, 다시 수험생활로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머리를 회전해서 하늘을 나는 비둘기》

그런 짤이 있지 않는가.


'작성한 프로그램은 엉망진창이지만 의도한 일을 비스무리 하긴할 때'. 비둘기가 '날개'를 휘적거려서 하늘을 날아야 하는데 비둘기가 '머리'를 회전해서 하늘을 나는 짤이다. 이야... 머리로 하늘을 날려면 비둘기는 목디스크가 분명히 있을 거다. 딱 나를 지칭하는 말이다. 다른 평범한 애들보다 훠얼씬 고생은 하지만 의도와 30% 정도 비슷하게 움직인다(이 정도면 거의 의도대로 안 움직이는 거겠지) 전공과는 다르게 반도체 회사에서 '딱딱 맞아떨어지는 만족스러운 퇴근시간'과 함께 컴퓨터를 만지고 있다. 내가 생각해도 목디스크 있는 비둘기가 맞다.

내 이야기는 대단하지 않다. 여기서 책을 덮어도 좋다. 하지만 70억 인구 중에 이런 삶을 사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잘나기 위해서 고군분투했던, 그리고 지금도 애쓰고 있는(물론 새벽까지 유튜브 쇼츠를 낄낄거리며 보면서 시간 낭비할 때도 많다) 그런 삶 말이다. 이 글에는 많은 고민, 애환, 슬픔, 행복이 담겨있다. 수많은 글들 중 한 문장이라도 당신에게 재미를 줄 수 있길. 손톱만큼의 깨달음을 줄 수 있길. 쥐똥만큼의 눈물을 내어줄 수 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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