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 28분쯤, 칸막이로 나눠진 자리에서 하나 둘 부시럭대며 사람들이 짐을 싸기 시작한다. 어느덧 퇴근 시간이다. 해가 저문 뒤 시간은 유튜브 쇼츠를 보는 것처럼 슈웅- 소리도 없이 지나간다. 요새 유명하다는 블로그도 꾸준히 쓰고 싶고, 운동도 하고 싶지만 퇴근하고 나서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다 보면 어느새 저녁 7시다. 자기까지 3시간 반이 남았다.
난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다. 블로그에 꾸준히 글도 쓰고 싶고 인스타그램에 웹툰도 올리고 싶다. 참 아이러니 한 것은 하고 싶은 건 많은데 정작 꾸준히 하지 않는다는 거다. 왜 지속하지 못했을까. 생각해 봤다. 결국은 목적이 잘못되어서였다. 블로그와 인스타툰을 시작한 궁극적 목적은 '돈'이었다. 월급 외 부수입을 가지고 올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되면 안 됐다. 돈은 수단이지 궁극적인 행복을 가져오지 않는다. 결국 '진정성'이라는 원동력이 있어야 전차가 굴러간다는 걸 깨닫는 요즘이었다. 모델 홍진경의 영상을 봤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안 웃겨도 돼. 진지해도 돼. 슬퍼도 돼. 그냥 네 안에 있는 거, 정말 널 보여줘.
뭘 원해서는 안돼. 구독자를 원하지 말고, 뭐가 터질 건가 생각도 하지 마. 그냥 네가 하고 싶은걸 해. 그러면 네 진정성에 공감해 봐주는 분이 생길 거야. 그냥 내 안에 있는 거 너를 보여주라고."
다시금 생각해 보면 꾸준히 해왔던 것이 있다. 바로 다이어리를 끄적끄적 적어내는 것이다. 진정성을 담아서 가장 나답게 해 오던 것이었다. 회사에서 있었던 일, 조금은 마음을 건드렸던 일들을 고스란히 적는다. 내 마음속에 둥둥 떠있던 불편했던 마음을 보이는 것으로 적어내니, 한결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느낀다. 글씨체는 삐뚤빼뚤 좀 투박해 보인다. 하지만 내 마음만큼은 진심을 담아서 알록달록한 스티커도 붙여보고 긍정적인 생각은 초록색으로, 부정적인 생각들은 보라색 마카펜으로 색칠을 해본다. 어쩌면 이 다이어리는 내가 인생에서 가장 솔직하고 진솔하게 날 보여냈던 것이기에 이렇게 꾸준히, 때론 빼곡하고 여유롭게 적어나가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나다운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