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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엽 Dec 13. 2022

나는 분명히 불쌍한 노숙자를 도왔는데...

그는 나를 친구처럼 대했다

캘리포니아의 겨울은 비가 내린다

겨울이 우기인 것이다


겨울이 오고 비가 내리면

가장 힘든 사람은 노숙자 들일 것이다


차를 타고 신호대기 중에

돈을 구걸하는 노숙자와 마주쳤다

엘에이 도심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이를 대비해 항상 차 안에 1불짜리와 5불짜리

소액권 몇 장을 미리 준비해둔다

호기롭게 창문을 내리고 지갑을 열었는데

20불짜리 지폐가 만져지는 낭패(?)를 몇 번 경험한 노하우이다


겨울비에 젖은 노숙자에게 몇 푼 돈을 건넨다

그러니까.. 난 착한 사람이니까

지금 불쌍한 노숙자를 돕고 있는 것이다


지폐를 받아 든 노숙자 할아버지는 이내 표정이 밝아졌다

그리고는 고맙다는 말과 함께 이런 말을 했다


모자가 잘 어울리는군

골프를 좋아하나?

나도 골프를 좋아했었지

이런 날씨엔 운전 조심하게..


어 이상하다

분명 나는 불쌍한 노숙자를 도왔는데...

그는 나를 친구처럼 대했다


창문 너머 다시 그를 올려다보니

그는 사람이었다


나는 여태 ‘사람’을 노숙자로 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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