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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엽 Oct 07. 2021

가장 중요한 질문

나는 누구인가?

우리 모두에게 가장 중요하고도 기본적이 세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사는가?

어떻게 살 것인가?


이 질문들은 너무나 기본적이고 중요해서 많은 사람들이 감히 묻지 않는 질문들입니다  

그리고 어떤 인간도 이 문제에 대한 명료하고 확실한 답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 본 사람에게 비로소

'자유함에 이르는 길'이 열린다는 것입니다 


세 가지 질문 중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가장 중요합니다


내가 누구인지가 깨달아진다면

내가 왜 사는지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가 덩달아 깨우쳐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나’라는 개념은 

오로지 ‘나’를 통해서만 알 수 있는 철두철미하게 사적인 영역입니다


그래서 옛날부터 학자들, 종교가들은 

'나'를 알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방법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즉 마음의 눈으로 자신을 들여다보는 방법 외에는 없다는 것입니다     


사실 ‘나’ 란 존재는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대상입니다 

그것은 나의 팔에도, 다리에도, 심장에도, 머리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나'라는 존재가 어디에 존재한다고 꼭 집어 낼 수가 없는 것입니다 

좀 극단적으로 표현해서 ‘나’는 나에게 속해 있는 것이 아니라고까지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도 그리 올바른 방법은 아닐 것입니다 


그럼 도대체 '나'는 어디에 존재하는 것일까요?


이에 대한 하나의 답으로서 

'나'는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라는 한자어도 사람들 사이, 즉 관계를 염두에 두고 만든 단어가 아닌가 합니다 



즉 나란 존재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그 진정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틴 부버라는 독일의 사상가는 이 시대의 고전이 되어버린 그의 저서 ‘나와 너’라는 책 속에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관계를 크게 ‘나 – 너’의 인격적 관계와 ‘나 – 그것’의 비인격적 관계 두 가지로 구분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 구분에서 중요한 점은


‘너’라는 인격적 존재와 관계를 가질 때의 나와 

‘그것’이라는 비인격적 존재와 관계를 가질 때의 나는 

서로 다른 '나'라는 것입니다


가령 직장에서의 '나'라는 존재는 업무상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그때의  나는 하나의 인격체로서 만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직책, 기능으로 만납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차지하더라도 그 만남의 내용은 큰 차이가 없을 것입니다 

물론 어떤 사람은 좀 더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하고 어떤 사람은 좀 거칠게 일을 할지 모르겠으나 

만남의 질에는 별 차이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동일한 내가 

일을 마치고 집으로 와서 현관의 벨을 눌렀을 때 어린 딸이 달려 나오며 “아빠!” 하고 함성을 지른다면

그때의 나는 천하에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유일한 아빠이며 진정한 ‘나’ 일 것입니다 


이때 둘은 단순히 아버지와 딸이란 기능으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나’라는 인격 전체의 만남이기 때문입니다 

아니 오히려 둘이 서로 얼싸안고 볼을 부비는 순간 진정한 ‘나’라는 인격체가 창조된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얼마든지 대체될 수 있는 부품으로 기능해 왔던 '그것'으로서의 '나'가 

어린 딸을 만나는 순간 그 누구와도 대체될 수 없는 ‘나’가 되는 것입니다 


누군가와 사랑에 빠진 사람은 어디를 보아도 티가 나는 법입니다

사랑에 빠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기는 너무나 쉽습니다

누군가와의 관계를 맺기 전의 나와 맺은 후의 나는 동일한 나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나'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창조되는 존재이며 

또한 동시에 타인을 창조하고 있는 존재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나는 누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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