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선뜻 '공동 목회'라는 말을 사용하고 싶지 않다. 흔히 이해되는 '팀 목회' 나 '공동 목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좋은친구교회’에는 교회 정관이나 조직이 없다. 제도와 조직에 갇힌 모습이 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또다시 묻는다. 그러면 어떻게 교회를 운영해 나가느냐고.. 교회가 아무 일도 할 수 없지 않으냐고 말이다. 맞는 말이다. 정관도 없고 조직도 없는 교회는 사실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러나 한편 달리 생각하면 조직을 갖춘 제도교회는 이미 수없이 많이 존재하니 이 시대에 하나쯤은 ‘좋은 친구교회’처럼 색다른 교회의 모습도 필요한 듯 싶다.
좋은친구교회에 담임목사가 4명인 이유는 모두 담임목사처럼 설교나 목회에 있어서 자신의 소신대로 사역해 나가기 때문이다. 서로 교단도 다르고 신앙의 배경도 다르지만 ‘본질에는 일치를, 비본질에는 관용을, 모든 일에는 사랑을…’이라는 어거스틴의 말처럼 본질적인 면 이외의 모든 면을 사랑과 관용의 정신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한다. 이러한 마음이 곧 예수님의 마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좋은 친구 교회’는 온라인으로 모이는 교회이다. 4명의 목사들이 각기 한국과 미국 동부, 서부에 따로 떨어져 살고 있고 성도들 또한 텍사스, 엘에이 등 미국 전역에 흩어져 살고 있다. 예배는 줌 미팅을 이용한다. 그렇지만 ‘온라인 교회’를 지향하지는 않는다. 교회가 온라인으로만 성립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건이 허락되는 한 지역적으로나마 함께 모여 교제하는 모임을 가지려 애를 쓴다.
‘좋은 친구 교회’가 일반 교회와 다른 점 또 한 가지는 교회 건물을 가지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교회에 건물이 필요 없다는 소리가 아니다. 교회는 기본적으로 사람들의 모임이며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모여야 할 물리적 장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현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실적으로 교회를 세울 때 가장 어려운 점은 교회 장소를 구하는 일이다. 어렵게 장소를 구했다 하더라도 문제는 그다음부터 시작이다. 사실상 대부분의 교회에서 교회 재정의 상당 부분은 교회 건물을 유지 관리 보수하는 데 사용되고 규모가 작은 교회일수록 재정에서 장소 유지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그래서 보통 사람들이 교회를 세운다고 했을 때 떠올리는 이미지는 주로 교회 건물을 세우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것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생각이다. 교회라는 말 자체가 ‘사람들의 모임'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 모임을 위해서 건물이라는 물리적 수단이 필요할 뿐이지 교회 건물은 사실상 교회의 본질과는 별 관계가 없다.
좋은 친구 교회의 담임목사들은 목사직을 직업으로 여기지 않는다. 장로가 직업이 아니고 직분이듯 목사또한 하나의 직분으로 여기는 것이다. 그래서 모두들 자기 직업이 있다. 각자가 직업이 있기에 교회 재정에 목사 사례비 지출 항목이 없다. 또한 교회 건물이 없기에 임대료 나갈 일도 없어서 조금이나마 모이는 교회 헌금으로도 방글라데시에 선교 지원을 하고 있다. 건물이 없어서 포기해야 할 것이 많지만 이처럼 얻는 것도 많다.
또 한 가지 좋은 점은 주일 예배를 통해서 말씀이 가지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은 3명의 목사가 돌아가며 설교를 하는데 설교에 있어서 완벽한 자율성을 가지기 때문에 매주 전혀 다른 색깔의 설교를 접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을 더욱 살리기 위해 앞으로도 가능하면 목사님을 10명까지 늘릴 생각이다.
이밖에도 소개하고 싶은 내용들이 많지만 여기 이 지면을 통해서는 우선 좋은 친구 교회의 담임목사님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첫 번째로 소개할 사람은 필자와 이름이 거의 비슷한 이인엽 목사이다. 이인엽 목사는 New York Theological Seminary을 졸업하고 대형 교회의 장애인 부서에서 사역을 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평소 장애인 사역에 관심이 많다. 애초에 온라인 예배 모임을 생각한 것도 장애인들이 편하게 모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다가 찾아낸 방법이기도 하다.
이인엽 목사의 직업은 미국의 뷰티 서플라이에 상품을 납품하는 무역 업체의 세일즈맨이다. 뷰티 서플라이란 미국 이민자들의 대표적인 사업 영역 중의 하나인데 한때 유태인들이 장악했던 이 분야를 이제는 한인들이 세력을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이인엽 목사는 그의 수려한 외모를 무기 삼아 미국 동부의 뷰티업계를 주름잡고 있다. 실적이 워낙 뛰어나 뷰티업계에서 꽤 유명한 잡지에 인터뷰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다음은 백창주 목사이다. 백창주 목사는 한국에서 침례교 신학교를 졸업한 후 미국으로 건너와 뉴욕의 Blanton -Peale Pastoral care에서 목회상담학을 공부한 상담 전문가이다. 백창주 목사또한 이인엽 목사와 같은 업계에서 일을 하고 있다. 백창주 목사는 청년시절부터 찬양사역에 관심이 많았던 전문 찬양 사역자 출신답게 타고난 좋은 목소리로 좋은 친구 교회의 예배의 찬양과 예배 인도를 주로 맡고 있다.
세 번째로 소개할 사람은 사역자 중 가장 늦게 합류한 이용표 목사이다. 그는 서울에서 총신대 신대원을 졸업하고 대안학교의 역사 선생님을 하다 뒤늦게 목사 안수를 받았다. 부목사로 사역하던 중 색다른 목회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현재 서울에서 국숫집을 운영하고 있는 국숫집 사장님이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국숫집'이라는 긴 상호에 걸맞게 그는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국수를 대접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공감해주고 위로해주고 원하는 사람에게 기도 해주며 복음을 전한다고 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 또한 미국 PCA 교단 소속의 목사이지만 목사를 직업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 그동안 부목사로 섬기던 교회를 떠나 교회 개척을 준비하던 중 목회의 본질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목회의 본질은 사람들에게 구원의 메시지(복음)를 전하여 그들로 하여금 새로운 삶(중생)을 ‘누리게’ 하는 데 있다는 기본적인 사실을 다시금 깨닫고 이를 위한 일이라면 어떠한 일이라도 사역이요 목회라는 확신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러던 중 온라인을 이용한 목회 활동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의 직업은 구체적으로는 ‘유튜브 하나교회'와 ‘허당 grace 씨'라는 유튜브 채널의 운영자이자 글을 쓰는 작가이고 교회에서의 나의 직분은 좋은 친구 교회 담임목사이다.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교회가 있다. 그리고 한 해에도 수 천명이 신학교를 졸업한다. 그야말로 교회의 홍수 시대이다. 그러나 코로나로 기존 교회들도 목회자의 수를 줄이는 마당에 신학교 졸업한 예비 목사들은 갈 곳이 없다. 이들의 고민은 사역할 목회지를 찾는 것이다.
이들에게 나는 선배 목회자요 교회 개척자로서 현실적 조언을 해주고 싶다. 목회지를 사례비를 보장해주는 직장 개념으로 생각해서는 앞으로도 희망을 없을 것이라고..
초대 교회의 모습이 그러했듯이 교회는 종교 제도나 조직의 모습으로 시작되지 않았다. 그저 어쩌다 보니 관리해야 할 사람과 조직이 필요하게 되었을 뿐 애초에 예수님이 의도하신 모습이 아니다.
교회는 그저 예수님의 몸 된 지체들의 모임이다. 그러므로 만일 교회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이는 교회당을 세우는 일도, 거창한 선교사업을 행하는 일도 아니다. 그저 예수님의 가르침을 삶 속에서 행하고 누리며 살아가는 일뿐이다. 이는 마치 빛과 소금의 역할과 같다. 예수께서 우리에게 세상의 빛과 같은 존재라고 하셨을 때에는 우리에게 플래시나 렌턴 같은 도구가 되라는 말씀이 아닐 것이다. 그저 우리의 존재 자체에 대한 말씀일 것이다. 빛은 무엇인가를 비추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빛과 같은 존재가 되면 자연스레 어둠을 비추게 된다. 짠맛을 지니고 있으면 자연스레 소금으로 사용되듯 말이다.
목회는 우리가 하나님으로부터 쓰임 받는 행위이지 하나님을 돕는 행위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여태껏 우리는 반대로 살아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