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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주 4일 차 | 조금씩 사라지는 입덧

황금아, 건강하게 태어날 널 기대하며 우리 모두 매일 기다리고 있어!

by 완벽한 엄마

그동안 입덧으로 인해 너무 힘들었다.

아직도 입덧은 남아있지만, 전보다는 많이 나아졌고

그래서 이제라도 둘째 아이를 위해 기록을 하려고 한다.

나중에 첫째 아이 것만 있다고 둘째 아이가 서운해할 것 같다 :)



보통 16주면 끝난다는 입덧이, 아직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첫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 입덧이 심했었다.

그때는 오로지 삼계탕 말고는 넘어가는 음식도 없었고,

물도 넘어가지 않아 양수까지 부족한 상태였다.

그래서 둘째를 가졌을 때는 조금 낫지 않을까 생각했다.


둘째도 똑같이 입덧이 심한데,

갑자기 음식이 넘어가는 날도 있었다.

그리고 보리차는 잘도 넘어갔다.

병원에 갔더니 입덧 약이 생겼다며 처방해주셨는데,

자기 전에 먹으라고 하시더니 정말 먹고 나서 천국을 맛봤다.

잘 때도 한 번도 깨지 않고 숙면을 취할 수 있게 되었고,

낮에 일하는 내내 어지럽거나 속이 울렁거리지도 않았다.



입덧 약은 정말 신세계였다.

그렇게 약을 먹다 보니 약이 없으면 불안해졌고,

16주가 지나 17주에 들어설 때 약을 끊어봤다.

그랬더니 자다가 몇 번씩 깨고, 속이 계속 울렁거렸다.

그래도 약은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참아봤다.

선생님은 안 먹을 수 있으면 안 먹는 게 좋다고 하셨고,

몸무게가 빠지지도 않았으니 일단 지켜보자고 하셨다.


그런데 아무래도 첫째가 있으니 자꾸 비교를 하게 된다.

첫째 아이 때는 어느 날 갑자기 입덧이 사라졌었다.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먹고 싶은 것들을 실컷 먹기도 했던 것 같은데

둘째는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를 않더니,

어느 날은 갑자기 괜찮은 것 같다가 또 안 괜찮은 것 같다가를

쉴 새 없이 반복했다. 착각의 늪에 빠진 기분이었다.


지쳐갈 때 즈음 괜찮아졌고, 괜찮다 싶으면 다시 나빠졌다.




첫째 아이에 비해 너무 무심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째 때는 이것저것 정보도 찾아보면서 먹는 것도 조심했다.

그런데 둘째는 커피도 마시고 탄산음료도 먹고 참치캔(!)도 먹고...

첫째 때는 뭐든지 먹지 않고 참았으면서, 지금은 먹는 내 모습을 보며

참 이중적이고 조심성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아이가 다운증후군 위험도가 높게 나왔을 때는

첫째 때와 똑같이 떨리고 잠도 못 자고 힘들었다.

첫째 아이 때도 다운증후군 위험도가 높아 걱정이 많았는데

이번에 또 그렇게 나오다니. 내 혈액에 문제가 있구나 싶었다.


KakaoTalk_20210217_135639382.jpg 손으로 자기 발을 만지며 놀고 있는 황금이 :)


남편은 어차피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아이니까,

우리가 낳아서 잘 기를 테니 자세한 검사는 하지 말자고 했었다.

나 역시 같은 생각이었지만 자꾸만 검사를 해 보고 싶었다.

병원에서도 금액이 부담이라면 깎아줄 테니 해 보라고 권유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상술 아닌가 싶지만 그래도 검사하길 잘한 것 같다.


여하튼 검사를 마치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너무 불안했다.

남들에게 임신이라고 말해도 되는 건가, 하는 고민까지 했었다.

결과가 너무 기뻐서 남편에게 말했더니 남편은 너무 덤덤했다.

건강하게 잘 태어날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어떨 때 보면 정말 대단한 멘털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황금아.

너는 우리 가족에게 찾아온 기적이자 선물인데

처음에는 너무 당황스러운 나머지, 너의 존재를 부정하고

믿지 않으려고 했던 엄마의 모습이 너무 부끄러워.


엄마는 좋은 엄마로서의 자질은 갖추지 못했다고 생각했기에

아이를 더 가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하나님이 생각지도 못한 시기에 널 보내주셨고,

너 역시 우리에게 맡겨진 하나님의 자녀이기에

정말로 감사하고 하루하루 널 기다리며 보내고 있어.


엄마와 아빠가 여러 고민으로 힘들고 어려워할 때도

네 언니는 언제나 네게 따뜻하고 다정하게 말을 걸어주고

얼른 네가 태어나서 같이 놀면 좋겠다고 기도도 했단다.

덕분에 네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는 것 같아.


네가 뱃속에 있는데도 여전히 전처럼 목소리도 크고

행동도 자꾸 빨리빨리 해서 네가 힘들 수도 있을 것 같아.

천천히 하려고 노력하는데 잘 안 되네ㅠㅠ 미안해.


뱃속에서 건강히 잘 자라주고 있어서 정말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해 주고 싶어.

사랑해, 황금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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