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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 만에 글을 쓰게 된 이유

내가 병에 걸린 건가...?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하지?

by 완벽한 엄마

글을 쓰는 게 낙이라서,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도 꿋꿋했다.

그것이 딸아이의 육아일기였든 내 개인적인 일기였든,

하다못해 메모일지라도. 무엇이든 시간이 되면 끄적였다.


그러다가 글을 쓰는 일을 하게 됐고, 행복했다.

나는 글을 쓰다가도 아이디어가 떠올리면 회사에 건의했고

내 아이디어가 회사에서 실현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앞으로도 이 행복이 계속 지속될 거라고 생각했다.



본사에 일을 도와주러 갔다가 짐이 될 뻔했다.


2020년 10월 마지막 주,

갑작스러운 본사의 요청을 받아 본사 업무를 도우러 갔다.

나는 블로그를 관리하고 리뷰를 관리하는 일을 하지만

지금은 회사의 대목이라서 일손이 많이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흔쾌히 가서 돕겠다고 했고, 바로 본사로 출근했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김치회사다.

작은 중소기업인데, 이제 김장철이 다가오고 있었기에

절임배추를 많이 준비하고 있는 상태였다.

매일 엄청나게 몰려오는 인터넷 주문과 전화주문을 받았고, 처리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자꾸만 속이 안 좋았다.

밥을 넘기기 힘들었고 속이 계속 울렁거려 참기 힘들었다.

숨을 쉬는 게 힘들어서 자꾸만 몰아쉬었고 밖에 나가 잠깐 쉬곤 했다.

전화를 계속 받고 해야 하는 것이 내 일인데,

제대로 하지도 못 할 정도였다. 너무나도 힘들었다.

나는 분명히 직원들의 일을 도우러 온 사람이었는데,

어느새 그들이 걱정하고 있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앞으로 나는 또 어떻게 되는 거지? 펑펑 울었다.


그러던 중에 본사로 출근하기 바로 전 주에 받은

건강검진의 결과가 나왔다. 결과는 폐결절 의심.

큰 병원에 가서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본사 본부장님께 상황을 설명하고 큰 대학병원에 갔다.

엑스레이를 찍어본 결과, 정상이었다.

작은 병원에서 받은 검사였음에도 정상으로 나와서 천만다행이라 여겼다.


그러면 나에게 있는 이 여러 증상들은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11월 중순, 건강보험공단에서 문자를 받았다.

아직 자궁경부암 검사를 받지 않았으니 서둘러 검사를 받으라는 거였다.

어쩔 수 없이 또다시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검사를 받으러 갔다.


자궁경부암 검사를 받으러 왔는데요.

- 생리를 언제 마지막으로 하셨어요?

음... 저번 달에 안 했던 것 같아요.

- 임신 가능성이 있으신가요?

전혀요.

- 일단 초음파 검사 함께 진행해볼게요.


그리고 잠시 기다렸다가 들어가자마자

시작된 초음파 검사에...


그냥 검사를 시작하자마자 바로 들리는 소리.


"두근, 두근, 두근"이었는지

"쿵덕, 쿵덕, 쿵덕"이었는지

어떻게 그 소리를 표현해내야 할지 모르겠지만

분명히 들렸다. 엄청나게 큰 심장소리가.


의사 선생님은 말했다.

- 아니, 임신 가능성이 전혀 없다면서요.

선생님... 거짓말이죠?

- 이렇게 크게 들리고 있잖아요. 들리시죠?

안돼요, 선생님....

- 왜요, 요즘 아이는 축복이에요. 갖고 싶어도 못 갖는데.




나에게 온 축복을 축복으로 여기지 못했다.


GettyImages-a8353640.jpg


머릿속이 하얘졌다.

첫째 아이는 2021년이 되면 5살이 된다.

뱃속에 있는 아이는 6월이면 나올 거라고 한다.


정말 바보 같았다.

아이를 임신해 본 경험도 있는 사람이,

전혀 입덧이라고 생각도 못 하고 있었다는 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나올 수 있는 아이가 아니었다.

분명히 그럴만한 일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병원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이제야 존재를 알게 된 둘째의 아기수첩을 받아

나오는 길. 가만히 서서 생각했다.

지금 나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


이제 계속 열심히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앞으로 즐겁게 살아갈 날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또다시 육아의 길에 뛰어들어야 하나.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남편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남편도 어처구니가 없어하는 것 같았다.


순간, 해서는 안 될 생각까지 했다.


여보, 우리... 낳지 말까?

-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지금? 그런 말은 입에 담지도 마.

근데 난 자신이 없어... 잘 키울 자신이...

- 그건 우리가 할 일이 아니야.

나 첫째 하나 키우는 것도 너무 힘들었단 말이야...

- 얘는 생길 수 없는 애였어, 상식적으로. 근데 생긴 거잖아.



찰나의 순간, 평생 아이에게 미안해하게 될 말을 한 것 같았다.

이미 그 순간이 지나고 나자 미안해졌다.

미안한 마음과 함께 여러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나도 모르게 펑펑 울었다.

아가야 미안해,

하면서도

근데 난 이제 그만하고 싶단 말이야,

하면서.



그리고 19주 차가 된 지금까지도,

나는 입덧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첫째는 16주면 끝났던 입덧이

이 아이는 아직까지도 지속되고 있어 참 괴롭다.


이러한 이유들로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아무 글도 쓰지 못했다.

회사에서는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고

수시로 연락 주셔서 내 상태를 걱정해주시곤 했다.


기운이 좀 날 때마다 어떻게든 힘을 내서 일을 했다.

회사의 배려가 감사했기에 일에 대한 내 의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다행히 나는 요즘 같은 시기에도 일을 하고 있고,

내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잘 붙들고 있다.

내가 입덧으로 너무 힘들었던 그 시기에

회사는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4개월 만이라 글이 굉장히 길어져버렸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들로 인해

괴로웠고 어려웠고 힘겨웠음을 말하고 싶었다.



이제 이 곳은 조금씩,

둘째 아이를 위한 태교일기의 공간으로

채워지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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