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월급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밥을 사라고 주는 것이다
매달 15일.
나는 이제 매달 같은 날에 월급을 받게 된다.
월급을 받는다는 것은 내가 그만큼의 일을 하고 인정을 받았다는 의미다.
처음으로 월급을 받아 든 날.
핸드폰에 찍힌 금액을 바라보며 나는 생각보다 덤덤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든 생각.
첫 월급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밥을 사라고 주는 것이다.
동생 부부에게 가장 먼저 밥을 샀다.
"아직도 우리 세 식구는 물질적으로 너무 어렵지만,
그래도 그 많은 난관들을 헤치고 지금까지 잘 버텨온 것은 너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어. 고마워."
진심으로 고마웠다.
그리고 우리가 힘들었던 작년 한 해, 정신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던 친구 부부에게도
밥을 사며 고마운 인사를 건넸다. 참, 고마웠다고. 지금도 고맙다고.
남편과 나는 전에 언급했던 것처럼 원래 한 회사에 다녔다.
회사에 같이 다니기 전부터 연애를 하고 있었고, 어쩌다 한 회사에 다니게 된 특이한 경우였다.
그러던 중에 결혼을 했고, 임신을 했고, 출산을 하게 되어 나는 먼저 그만두게 되었다.
남편 역시 연봉 협상은커녕 월급은 계속 제자리. 그런데 아이에게 들어가는 돈은 너무나도 많았다.
남편은 고민 끝에 나에게 말도 하지 않고 회사에 사표를 던졌다.
아이를 키우는 데만도 벅찬 나에게 말은 하지 않고 계속 어딘가에서 대출을 받아와 생활비를 메꿨다.
남편이 착실히 벌어온 돈이라고 믿었다. 생활비는 모두 남편이 관리하고 있었다.
남편이 어느 날 내 앞에 망연자실한 얼굴로 앉아 말했다.
'나 회사에 사표 냈어.' 괜찮다고 말했다.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 일은 다시 구하면 되니까.
그런데 생각보다 남편은 갈 곳이 없었고, 불러주는 곳도 없었다. 그렇게 4개월을 그냥 보냈다.
퇴직금을 이렇게 생활비로 다 쓰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리고 그때서야 알게 된 사실.
남편은 자꾸만 잠시 밖에 나갔다 온다고 했다. 처음에는 왜 그러는지 알지 못했다.
드. 디. 어. 혼자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일이 커지자 솔직하게 실토했다. 빚이 있다, 고.
그리고 모든 빚은 우리 생활비로 사용했다고.
이후 더 큰 난관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2019년은 내 인생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해였다.
올해에는 또 무슨 돈으로 아이의 겨울 옷을 사주나, 걱정했었다.
그동안 아이의 옷을 사준 기억이 많지 않다. 지금까지 얻어 입힌 옷들로만 꾸역꾸역 버텼다.
아이는 올해 들어 갑자기 훌쩍 커버렸고, 잘 맞던 옷들도 이제 모두 작아져 소매가 올라가버렸다.
윗옷은 대충 입힌다고 해도 발목이 시려 보이는 건 미안해서 안 되겠다 싶었다.
아주 적지만 첫 월급을 받았다. 이제 아이가 원하는 옷을 사줄 수 있다.
더 날이 추워지기 전에 아이의 옷을 사줘야겠다.
갑자기 저녁에 돈가스가 먹고 싶다는 아이에게 나는 이제 뭐든지 다 사줄게!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만큼, 돈 쓰는 재미를 알게 되는 만큼 회사에 묶이게 되는 거라는,
친구의 말이 생각났다. 그래도, 전처럼 바보같이 살지는 말아야지.
오늘도 나는 월급에 묶이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쳐야겠다. 내 인생의 길을 개척해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