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위로 떨어진 빗물을 털며, 망설임에 대해 생각한다.
망설임.
이리저리 생각만 하고 결정하지 못하는 태도.
나는 꽤 자주 이런 순간들을 마주한다. 이런저런 생각만 하고 결정하지 못하는, 그런 순간들.
맞지 않아도 될 비에 젖어 축축한 옷을 털게 되는, 그런 순간들.
비를 맞게 되는 별 것 아닌 일에서부터, 단 한 번뿐인 기회를 놓치거나 소중한 관계를 잃어버리는 일까지.
삶에서 대개 이런 순간은 잘못된 선택에 의해서이기보단, '망설임'이라는 태도에 의해서일 때가 많다.
'스스로 옳은 방향으로 만들어갈 여지'가 [망설임]에는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떤 종류의 망설임은 대개 신중함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지만, 그 실체는 행동해 볼 용기를 뒤로 미룬 것에 불과한 것.
조금 더 준비가 되면.
조금 더 확신이 서면.
조금 더 상황이 나아지면.
조금 더 능력이 갖춰지면.
조금 더 배우고 나면.
망설이게 하는 이유를 꼽으라면 수십 가지도 되겠지만, 대부분 하나의 문장을 남길뿐이다.
'그때 할걸, 해볼걸'
사실에 다가가보면.
어떤 망설임은, 믿기 어렵겠지만.
이미 답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실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지나간 뒤에 어김없이 찾아오는 후회는, 그것을 입증하기에 충분한 것.
다만,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준비를 더 해야 할 것 같아서.
누군가로부터의 확신이 더 필요해서.
상황이 더 불편해질 것이 뻔해서.
더 대단한 능력이 필요할 것 같아서.
아직 모자란 것 같아서.
겹겹이 쌓인 핑계 혹은 두려움 속에 숨겨진, 진짜 마음이 말하고 있는 것을 선택하지 못할 뿐이다. 이미 답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러나 삶은, 우리의 완벽을 기다려주는 법이 없다. 모든 조건이 갖춰진, 그런 건 애초부터 없는 것일지도.
어쩌면 완벽한 순간이란 내 마음이 말하는 것을 선택하는, 바로 '그때'인 것은 아닐는지.
지하철 안, 더는 젖지 않을 옷 매무새를 다시 다듬으며 다음 비가 올 때를 생각한다.
다음엔 주저하지 않고 우산을 펴리라.
혹 비를 맞고 싶은 것이 내 마음이라면, 나는 기꺼이 맞아도 보리라.
다만, 이리저리 생각만 하다 결정하지 못하고 젖어버리는 일만큼은, 없으리라.
이리저리 생각만 하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세월에 젖어버리는 일만큼은.
내 삶에 없으리라.
우산을 펼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
나와 그 누군가에게.
오늘도 무수히 많은, 어떤 망설임 사이에
서 있는, 나와 그 누군가에게.
* [하날빛의 글 정원]
글로 이끈 삶을, 글로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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