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이따금씩 타인의 인생을 부러워하게 될 때가 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나아가지 못하는 나를 발견할 때
질퍽한 흙바닥과 같은 구덩이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나를 보게 될 때
앞이 캄캄한 굴에서 한 치의 빛도 찾아지지 않을 때
그럴 때마다 또렷하게 보이는 것은, 나의 탈출구가 아니라 오히려 나와는 완벽히 반대인 타인의 삶이었다.
날개 단 듯 날아오르는 그들의 높이
매끈하게 다져진 길로 미끄러지듯 달려가는 그들의 앞선 거리
오로라와 같은 빛으로 둘러싸인 그들의 넘보지 못할 기세
어쩐지 나의 삶을 더욱 쪼그라들게 만드는 것들은 유난히 시야에 잘 들어오는 것이다.
타인의 삶에 대한 동경.
이것은 아마도, 나의 어린 시절에서부터 이어져 온 가엾은 감각이리라.
삶에는 늘, 내 의도가 담기지 않은 것들이 불쑥불쑥 끼어든다는 사실을 나는 꽤나 어린아이일 때부터 알아차렸던 것 같다.
우리 집이 남들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부터.
그 누군가는 내가 갖지 못한 일상의 안전함과 안락함이라는 것을 누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부터.
어떤 인생인들 그렇지 않겠냐마는 때로 인생은 불공평한 법이었다.
누구에게는 불청객 같은 어렵고 고통스러운 일들이 잦은 빈도로 찾아오기 마련이다.
나와는 달랐던, 주변 친구들의 삶을 볼 때마다 나는 이것을 확신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종종 '내가 그들이라면'이라는 상상의 질문으로 이어지고는 했을 것이고..
그 짧은 순간의 상상은 나에게 주는 위로였을까, 아니면 나를 더욱 작게 만드는 일이었을까.
내 삶에 대한 비관을 해본 적은 없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면 타인의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은 어쩌면 비관의 한 표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내색할 수 없었던 비통에 대한 나만의 표현 방식.
그 안에 어떤 실상의 삶이 담겨 있을지, 그 진실을 알지는 못했으나..
그러나 내 삶보다야 조금 더 맞닿아 있을 그들의 안정과 행복, 평온과 평범한 일상을, 나는 훔치듯 흠모했었다.
부러웠던 거다.
학교가 끝나면 돌아가는 곳이 가장 휴식 같은 장소였을, 그들의 평범한 일상이.
내 삶이 이것으로만 채워진 채 이어져 왔다면, 나는 얼마나 불행한 사람이었겠는가.
그러나 우리의 삶은 그리 약한 것이 아니다.
타인에 대한 우러름과 평행하게, 내달리기 시작한 것은 삶에 대한 진지하고 진솔한 성찰이었다.
누군가의 삶에 대한 열망이 올라올 때마다, 그 마음을 잠재웠던 것은 내 삶을 향한 직시와 자각이었다.
순탄하지는 않았지만, 흙바닥에서 길어올릴 수 있었던 나의 단단함
살을 에듯 아팠지만, 상처 속에서 끄집어 낼 수 있었던 나의 통찰
살아내는 것은 고단함이었지만, 어둠 속에서 마주할 수 할 수 있었던 나의 깊이
사람을 깊어지게 하는 일은, 대개 고통과 맞닿아 있다.
지금 내가 가장 사랑하고 그 누구와도 바꾸고 싶지 않은 나의 모습은, 결국 그 처절하고 훍비린내가 올라오는 삶의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만들어진 것이었다.
적어도 나에게 내 삶이란, 나라는 틀 안에서 내가 파고들 수 있는 가장 깊은 깊이의 길을 열어 준 것임을.
나의 삶은 왜 이리도 광풍과 같은가.
왜 이리도 나아가지를 못하는가.
나와는 정반대인 누군가의 삶을 보면, 불쑥불쑥 어릴 적 몹쓸 흠모의 습관이 올라오고는 하는 것이다.
'내가 그였으면'
'내가 저 삶이었으면'
그러나 한편으로는 알고 있다.
어떠한 삶도 순풍만을 타고 흐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순풍 뒤에 거칠은 폭풍우가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며.
그렇게 찾아온 광풍 끝에서는 그 무엇보다 눈부신, 광명의 빛을 만나게 될지 모르는 일이라는 것을.
풍랑을 만난 그 누군가의 삶으로, 나를 위로하는 것이 아니다.
타인의 비극을 어찌 나의 위로로 삼을 수 있을까.
오히려 흠모하는 그들의 삶을, 나와 분리하는 것이다.
내 삶에 광풍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나를 향해 매섭게 내달려오는 파도만이 내 삶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그 뒤에는, 마침내 떠오른 하얀 구름 사이사이로 비쳐오는 눈부시도록 하이얀 광명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그리고 이미 그것이, 내 삶에 있다고.
결코 약하지 않은,
내 삶을 똑바로 직시하는 일이다.
어느새 밝게 빛나고 있는 내 삶의 한 면에 가까이 다가가는 일이다.
그 어느 삶과도 견주어질 수 없는 고결한 내 삶에, 손을 뻗는 일이다.
어둠의 광풍 가장 깊은 곳을 뚫어내온,
여렸으나 강한, 나의 삶에.
* [하날빛의 글 정원]
글로 이끈 삶을, 글로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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